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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을 가는 자기이유, 자유”

기사승인 2019.05.09  18: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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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묵상하며

“하나님께 이르는 지름길을 찾지 마라. 세상에는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하는 인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는, 쉽고도 확실한 공식들이 넘쳐난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런 말에 속겠지만, 너희는 속지 마라. 생명, 곧 하나님께 이르는 길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갈 수 있는 힘든 길이다.”(마태 7:13,14/메시지성경)

“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또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드는 사람이 적다.”(마태 7:13,14/새번역)

더 효과적이고 더 쉽고 더 편안하게! 세상은 이 방향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까지도 이런 길로 쏠리는 것 같습니다. 짜임새 있게 잘 연출된 예배가 가만히 있어도 빈틈없이 이끌어줍니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내용들, 극장처럼 편안한 좌석, 깊고 풍성한 음색의 스피커와 악기들, 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만 같은 최신 영성 프로그램들…. 이 성경 공부 과정을 마치면, 어떤 신앙으로 재정을 관리하면, ~일 기도 프로그램을 마치면, 무슨 날개만 달면, 기도하다가 뒤로 쓰러지면 뭔가 전혀 달라질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정말 개과천선하고 천지개벽하던가요?

▲ Walking the Labyrinth@ Land's End Park in San Francisco, California.

통성기도가 좋았습니다, 부르짖으며 눈물 흘리는 그 기도가. 그러다가 차츰 조용히 묵상하는 기도가 좋아졌습니다. 부르짖을 수밖에 없는 때가 있지만, 무조건 외쳐야만 하는 억지가 불편했습니다. 방언을 하고 신비를 체험해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 모습들도 허무했습니다.

그러다가 침묵기도, 그저 바라보는 기도, 가만히 주님과 함께 머무는 기도가 좋아졌습니다. 이런 영성이 보다 성숙하고 깊어보였습니다. 그런 기도가 깊어지면 드디어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영성가들의 말과 글을 접합니다. 다만 최소한 수년에서 수십 년은 해야 했습니다.

꾸준히는 아니어도 그렇게 기도한지 십 수 년 얼마나 성숙해지고 깊어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신비를 체험하거나 드라마틱한 변화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미미하지만 분명 달리진 것이 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마음을 깨어서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열립니다. 자기기만에 속는 일이, 숨은 욕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속는 일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이 누구인지 부끄러움은 깊어집니다. 주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습니다. 또한 기도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자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안, 기쁨, 감동… 특별히 얻는 것도 없이 아침저녁으로 계속 기도를 해야 하나? 그래도 삶을 조금씩이라도 변화시켜 주시기에, 주님 주시는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저 주님만 바라는 중심만은 깊어지기에 기도합니다. 

기도라는 한 영역조차 문이 좁고, 길도 좁았습니다. 쉽게, 편하게, 효과적으로 기도하는 넓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신앙의 삶은 어떻겠습니까? 신앙의 좁은 문, 좁은 길 역시 불편합니다. 그래서 찾는 사람이 적습니다. 그 문을 통과해 길을 가면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왜 이 길을 가야하지? 한걸음 한걸음이 불편하고 아플수록 묻게 됩니다, 계속 나아가야할 이유를.

주님 가신 십자가의 길도 한 걸음마다 그 이유가 생생해야 했을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왜 버리시는지 알 수 없어도 가야만 하는 자기 이유가 분명해야 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생명에 이르게 하는 자(기이)유입니다. 왜인지 알 수 없고, 얻는 것 하나 없어도 갈 수밖에 없는 사랑의 자유, 그것만은 매순간 더욱 분명해집니다. 아무 효과 없어도 그저 사랑이면 충분한 생명, 바로 영생입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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