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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적 기독교인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기사승인 2019.04.26  14: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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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 기독교인이었던 육우당 16주기 추모기도회

“우리는 서로를 위한 기도가 되어 더 나은 날이 오도록 함께하리.”
- 함께 부르는 노래 ‘나를 위한 기도’ 중

2019년 4월 25일 저녁 7시 30분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나지막한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청소년 성소수자 기독인 故육우당 16주기를 맞아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기도회’(이하 추모기도회)가 열린 것이다. 100여명이 훌쩍 넘는 많은 인원이 추모기도회에 참석했다.

육우당의 죽음, 차별과 혐오가 만들어낸 비극

육우당(六友堂)은 2002년 1월 등단한 시조 시인이었다. 특히 그는 거의 매일 사용하던 6가지인 ‘술, 담배, 수면제, 파운데이션, 녹차, 묵주’등을 가리켜 이들 만이 자신의 친구라는 의미의 필명을 사용했다. 그는 또한 청소년 학생인권운동가이자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이기도 해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활동했다.

▲ 육우당 16주기 추모기도회가 진행되는 장소 뒤편에는 육당을 비롯해 사회적 차별과 혐오로 인해 희생당한 이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되었다. ⓒ권이민수

그는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및 차별 철폐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2003년 4월 26일,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견디다 못해 유서를 남기고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내 한 목숨 죽어서 … 소돔과 고모라 운운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나 그것만으로도 죽은 게 아깝지 않다. … 내가 믿는 하느님은 나를 받아줄 것이다.”

육우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16년, 추모기도회 장소 뒤편의 추모공간에는 육우당을 비롯한 7명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사회의 혐오와 차별의 시선에 희생당한 이들이다. 참석자들은 추모공간에서 국화를 헌화하며 떠나간 이를 애도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바이러스가 아닌 사람이다

이날 추모기도회는 남궁희수 목사(기독여민회)의 초대로 시작되었다. 평화로운 세상이 어서오길 기원한다는 육우당의 ‘낙원가’를 시작으로 5번의 기도와 2번의 노래로 드리는 기도가 이어졌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기도’를 인도한 류아(나무공동체)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그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지해줄 안전한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서 본인들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기도했다.

도라희년(믿는페미)은 ‘혐오와 차별, 젠더 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그는 혐오와 차별, 폭력 , 착취, 학대가 평화와 평안으로 바뀌길 기도했다. 특히 “혐오와 차별, 젠더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의 삶을 섣불리 가슴에 묻거나, 그들의 죽음을 함부로 천국으로 돌리지 않겠다.”며 그들을 외면치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 육우당 16주기 추모기도회에 100여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모여 추모기도회장을 가득 채웠다. ⓒ권이민수

‘HIV/AIDS 감염인을 위한 기도’인도를 맡은 용용(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행성인 HIV/AIDS 인권팀)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는 HIV/AIDS 감염인이 바이러스로 인한 합병증보다 사회와 주변에서 혐오하는 시선으로 목숨을 잃는다며 “바이러스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있는 잔혹한 현실”이 바뀔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사회 구조와 제도의 변혁을 위한 기도’도 있었다. 인도를 맡은 장동원(향린교회)은 육우당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 규정하며 육우당을 죽인 사회구조와 제도가 변화될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는 더불어 군형법 92조 6항과 같은 악법의 철폐와 차별금지법과 지역 인권 조례 제정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마지막 ‘더 많은 무지개를 위한 기도(한국교회의 회개와 무지개교회 확장을 위해)’는 오세찬(암하레츠)이 인도했다. 그는 “성소수자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환대받는 많고 많은 교회가 한국사회에 생기길” 기원했다. 하느님은 속이 좁은 분이 아니기에 분명 성소수자들을 도울 것이라는 기도에 참석자들은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진 성찬식에서 사람 목사(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김정원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김신애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가 집례를 맡았다. 참여자들은 진지하게 성찬에 임했다. 성찬식 후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의 인도 아래 파송과 공동축도로 추모기도회는 마무리 되었다.

소수자의 편에 서셨던 예수, 오늘날 교회는?

한국 교회의 성소수자 혐오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혐오의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는 평가도 과한 것이 아니다. 또한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목회자와 신학생을 이단으로 규정 및 축출하는가 하면 교회 내 성소수자를 향한 강제 아웃팅과 불법 전환치료로 성소수자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형편이다.

당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준비위원회에서는 올해 있을 퍼레이드를 방해하기 위해 반동성애 혐오세력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연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고는 하지만 성소수자를 환대하지 못하는 교계와 서로 사랑하자고 이야기하는 성소수자, 과연 당시 사회적 소수자들과 벗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예수는 오늘날 어디에 계실까? 답은 분명해 보인다.

▲ 육우당 추모기도회 참석자들은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맞서 더 이상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연대를 다짐했다. ⓒ권이민수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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