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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투데이, 여전히 마녀사냥을 즐기는가

기사승인 2019.04.15  0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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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도 문맥도 파악하지 못하는게 부끄럽지 않은가

2018년 6월 어느 즈음인 것 같다. 현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이하, 그주연) 소장으로 활동을 시작한 조헌정 목사님의 글을 읽고 생각을 가다듬게 된 일이다. 고 문익환 목사님의 사상과 삶을 통찰한 글이었다.

고 문익환 목사님의 삶을 군사독재 정부에 맞서 거리로 나섰고, 민중신학을 태동케 한 것으로 이야기한 것이었다. 또한 남한사회 군사독재가 가능하게 했던 것은 분단임을 깨닫고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 위해 방북했던 이야기가 가득했던 글이었다.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면 누구나 들었을 이야기였다.

기능을 상실한 남측 기독교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 그날 따라 유난히 기자의 눈에 들어왔던 이야기는 고 문익환 목사님의 방북과 김일성 주석과의 만남 이야기였다. 그리고 기자의 머리 속에는 “어쩌면...?”이라는 물음표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종교사회학적 측면에서나 종교학적 측면에서나 이제 더 이상 자기 기능을 할 수 없는 남측의 기독교가 “어쩌면” 남측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지났을 무렵, 현 그주연 정대일 연구실장님과 조헌정 소장님을 찾아뵈었다. 그 당시 기자의 생각에는 고 문익환 목사님의 뜻을 이어 “민중신학-주체사상 연구소”라는 이름과 에큐메니안 부설 연구소가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조 소장님과 정 연구실장님, 이렇게 셋이서 자그마한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그주연은 갈 길을 준비했다.

이렇게 시작된 그주연은 더 많은 운영위원들이 참여하게 되었고 지금의 이름으로 변화되었다. 또한 부설연구소가 아닌 독자적인 연구소로 탈바꿈 하게 되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고 힘든 걸음이지만 속된 말로 앞으로 잘될 일만 남은 그주연이다. 크고 화려하게 잘될 일이 아니라 의미있는 일을 해낼 수 있는 잘될 일이다.

▲ 교계신문으로는 유일하게 행사보도 기사 2개와 서설 2개를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를 비판하는데 할애한 크리스챤투데이. 사설 기사 하나는 다른 기사와 섞여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화면 캡쳐

그런데 공식적인 그주연 출범예배와 연구소 소장 취임예배를 앞두고 가까운 후배로부터 사진 한 장이 전달되었다. 교계신문으로 온·오프에서 발행되는 ‘크리스천투데이’ 신문의 2019년 2월27일자 1면이 그주연에 관한 기사로 장식된 것을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주체사상 대화연구소’, 거센 비판 직면”이라는 제하의 기사였다.

늘 우스개소리로 기자는 그런 말을 한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 기독교 어디쯤에선가 “그래도 관심이 있긴 하네” 하는 마음에서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누구에게 한 말인지도 모르나

그리고는 연구소 창립 및 소장 취임예배가 끝났다. 그런데 며칠 전 조 소장님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크리스천투데이에서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가지고 계속 사람을 공격해 오네요.”

처음 조 소장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게 또 며칠을 보내고 나서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에서 뉴스 검색을 해 보았다. 크리스천투데이가 교계 신문으로는 이례적으로 4개나 되는, 그 중에 사설이 2개, 기사를 내보낸 것을 발견했다.

먼저 사설 기사들을 훑어 보았다. 먼저 사설에서 조 소장님의 발언이라고 되어 있는 문구들을 살펴보았다. 먼저 김 모 박사가 사설에서 조 소장님의 발언이라며 인용한 부분이다.

“남북의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분야는 사상 교류이며, 특히 북측의 유일 신념체계인 주체사상과 그리스도교 간의 진지한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대다수 남한 국민들은 북한을 남한과 대등한 차원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남을 갖는다. 이미 두 분은 그리스도교와 주체사상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주체사상은 주체종교로 바뀌어 세계 종목 항목 8번째로 분류한 바 있다.”라고 하였다.

먼저 김 모 박사가 인용한 문구들이 좀 이상한 면이 있어서 그날 참석해 녹취한 조 소장님의 취임사를 다시 들어보았다. 준비한 취임사와 달리 표현한 부분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준비한 취임사 전문과 실재 발언을 비교한 결과, 오히려 조 소장님은 한 문단을 통채로 건너뛰고 생략했지만 준비한 취임사 전문에도 없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김 모 박사가 인용한 조 소장님의 처음 발언은 마치 조 소장님이 남측 기독교인들을 호도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저 문구는 북측 조선그리스도교련맹 강명철 목사에게 건넨 말이었다.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에 불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의 할 일 중에 하나인 종교계가 서로 만나 대화를 시작하며 평화를 이루어 가자는 취지였다.

두 번째 인용문을 살펴보자. 특히 “그리스도교와 주체사상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아무래도 김 모 박사에게는 불편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문구는 정확한 사실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입으로 미국 뉴욕 맨하탄5가에 있는 마블 칼리지에이트 교회에 출석하고 있으며 “내가 개신교인임을 많은 이들이 모른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교단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그 기반에 두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독교가 자신의 종교임을 밝혔다.

상황이 이러한 데 기독교와 주체사상의 만남이 아니면 이 만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두 정상이 주체사상도 거부하고 기독교도 거부하고 만난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회담장에 들어갈 때는 다 버리고, 회담장에서 나오면 다시 주체사상과 기독교 사상으로 무장한다고 해야 할까?

또한 김 모 박사는 “대다수 남한 국민들은 북한을 남한과 대등한 차원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는 문구도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그런데 지난 2월13일자 BBC 코리아 인터넷판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되었다. “TV보면서 북한을 ‘한민족’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청소년들”(제목을 클릭하면 원문 기사를 볼 수 있다-편집자 주)

자세한 기사 내용을 생략하는 걸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인식이 과연 극소수일까 하는 점과 비단 청소년에만 국한된 것일까 하는 점이다. BBC에서 일부 몇몇을 과도하게 포장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조 소장님의 발언을 과대포장한 것으로 비판할 수 있지만 조 소장님의 발언이 틀렸다는 근거를 댈 수 없는 김 모 박사도 문제가 아닐까.

북측의 주된 사상을 주체사상으로 인정한다는 말뜻을 이해하기는 하나

두 번째 사설 기사를 살펴보자. 3월5일자 사설은 필명이 기재 되어 있지 않아 사설을 쓴 주체가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사설은 그럴 수도 있으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에큐메니안은 사설이나 칼럼을 내보면서 필자를 익명으로 기재한 적이 없어 의야한 부분이다.

이 사설 기사에서 조 소장님의 발언을 두 번 인용했다. 다음과 같다.

소장 조헌정 목사는 “심지어 보수 교회의 이영훈 목사가 북의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며 “북의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은 그 체제를 떠받드는 이념과 사상을 인정하는 말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성도들을 현혹시키는 말이다.

조 목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놓고서도 “두 분은 그리스도교와 주체사상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주체사상을 주체종교로 바꿔 세계 종목 항목 8번째로 분류한 바 있다”고 하면서, 주체사상이 주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한 ‘종교’임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두 번째 사설에서도 앞선 사설과 동일한 인용구들을 사용했다. 첫 번째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에 대한 부분이다. 조 소장님의 취임문을 아무리 읽어도 왜 이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영훈 목사가 어려움을 당했다는 언급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고 그에 대한 조 소장님의 해석을 문제 삼은 것으로 생각된다. 인정이라는 단어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이 문장을 쓴 사설자에게 한 가지 질문하고 싶은 점은 “인정”이라는 단어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했느냐는 것이다.

인정이라는 단어를 그 사상에 심취해 추종하는 것으로 해석했던 것일까? 아무리 국어사전을 뒤져봐도 인정이라는 단어를 저런 식으로 쓰지 않는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사전에 인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뜻풀이는 “1.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 2.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어떤 사실의 존재 여부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결정함”이라고 한다.

조 소장님의 언급에서 체제 인정이라는 것은 북측의 이념이 주체사상이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 외에는 가치판단이 들어있지 않다. 북측의 이념이 주체사상임을 인정했다는 것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도대체 북측의 이념 지형도를 무엇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인가? 제3의 이념이라도 존재한다는 말인가?

두 번째 인용구도 첫 사설의 인용문과 똑같다. 다만 앞선 김 모 박사가 인용한 것에서 사설자가 조금 더 해석을 가한 것 외에는 차이점이 없다. 이 사설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조 소장님의 발언을 “주체사상이 주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한 ‘종교’임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는 사설자의 해석이다.

사설자의 이 해석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조 소장님은 주체사상을 종교로 분류한 것은 브래태니카 사전이라는 것을 인용한 것이지 조 소장님이 그렇게 분류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마치 주체사상을 종교로 분류한 것이 조 소장님인양 저렇게 써 놓은 건 왜곡이다.

그리고 주체사상이 종교로 분류된 것이 북측 지도부의 활동인지 우리로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실재로 주체사상이 북측에서 종교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혹시나 주체사상을 국가종교로 바라보는 건 하나의 해석일 뿐이다. 그런 가능성을 두고 인용한 것일 뿐인데 조 소장님이 북측 시민들을 세뇌시키는 종교로 인정했다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런 걸 두고 악의적 편집이라고 하지 않을까 한다.

자신들의 하는 일이 마녀사냥인지 모르는 크리스천투데이

사설 기사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 한다. 나머지 두 기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해보도록 하겠다. 다만 한 가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적어도 크리스천투데이 신문사는 여전히 마녀사냥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조헌정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소장님의 취임사 전문이다.

그리스도교-주체사상 소장 취임사(2019년 2월 26일 조에홀)

고등학교 1학년인 1969년 9월 어느 날 3학년 선배들의 주동으로 박정희삼선개헌 반대 거리 데모에 참여하였고, 이로 인해 당시 고등학교로는 유일하게 근 한 달 동안 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이는 초등1학년 시절부터 교실 정면에 걸려 있던 박정희사진을 통한 혁명영웅신화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며 역사와 민족 문제에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신학대학에서의 4년간은 유신독재체재와 맞부딪히는 민주화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휴업령과 휴교령으로 한 학년도 제대로 수업이 진행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3학년 2학기에는 기습거리데모의 효시가 되는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의 아침 9시 기습시위로 인해 광화문 일대에 소동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한 달 구류는 살아보았지만, 다른 동료들과 같이 긴 옥살이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신학대학 졸업과 동시 군대를 갔는데, 보병 졸병으로 철책선 전방부대에 배치를 받았습니다. 400명 대대에 유일한 대졸학력자였습니다. 그때 기합이라는 명목으로 너무나 심한 구타를 당했기에 전 군대라면 지긋지긋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경험이 오늘의 저를 만든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탄절을 며칠 앞두고 어두컴컴한 토굴 같은 막사에서 철책성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경계근무를 서기 시작한지 한 열흘쯤이 되었을 때, 옆 중대에서 한밤의 적막을 뚫고 총알 소리가 크게 울렸습니다. 오발인가 여겼습니다만, 그 총소리는 저와 10주간을 함께 훈련받았던 광주 출신의 곱다란 얼굴의 동료가 자기 목을 향해 방아쇠를 당신 소리였습니다. 별 말이 없는 친구이긴 하였지만, 저도 광주에서 자랐기에 가끔 이런저런 얘기도 함께 나누던 친구였습니다. 그는 매일 밤 진행되는 구타와 철책선이 주는 죽음의 공포감을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동료가 목숨을 끊은 그날은 공교롭게도 저의 만 23번째 맞는 생일이었습니다. 이후 밤마다 보초근무를 서면서 나는 왜 가장 생기 있고 창의력 넘치는 20대 초반의 황금 시기에 같은 피를 나눈 형제를 향해 총구를 겨누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습니다. 저는 분단 모순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곤 미국으로 건너갔고, 신문배달, 식당, 인쇄공 등의 이민자로서의 바닥 일을 경험하고 신학을 시작하였고 목사 안수에 이어 이민목회를 시작하였는데, 저는 진보신학대학에서 배운 대로 교회에만 머물지 않고, 교회 밖의 사회 문제에도 참여를 하였습니다. 한흑 인종화합은 물론 목요기도회와 북미기독학자회 활동을 통해 남한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일했습니다. 80년대 말 북의 조선기독교련맹 대표들이 미국교단의 초청을 받아 미국을 방문하는 일이 계속 되었고, 그때마다 저는 워싱톤 지역의 안내를 맡았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설교나 기도를 하였습니다. 당시 통역사로 왔던 김혜숙이라는 분을 5년 전 평양 봉수교회에서 다시 만났는데, 그때는 통역사가 아닌 목사의 신분으로 만났습니다. 미국에서의 이런저런 활동으로 인해 빨갱이 목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중반에는 북쪽이 식량사정으로 힘들었을 시기 가까운 목사들과 함께 기금을 모아 옥수수를 전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였는데, 이는 저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분단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년이 넘는 해외생활을 통해 저는 남과 북을 공히 같은 입장에서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하노이는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매우 흥분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처럼 부끄러운 일도 없습니다. 지내온 70년의 반목과 적대는 인간의 얼굴을 지녔지만, 짐승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지난 70년 세상 사람들 모두가 우리를 향해 어리석은 민족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한반도 내에 사는 우리들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 하느라 정신이 팔려 이를 깨닫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해외를 나가면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백이면 백 묻습니다. from North or from South? 저는 from South라고 자신있게 답하곤 하였는데, 뒤늦게 이는 저들이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비웃음과 조롱이 담겨 있다고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from Middle이라고 답합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저들도 내 답변의 의미를 곧 눈치를 채고 싱긋이 웃음으로 답합니다.

남한은 세계 자살률 1위 국가로 10년 이상 그 독보적 위치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우리는 자살을 모두 개인적인 사연으로 치부하고 맙니다만, 2위가 같은 분단국인 사이프러스 국가임을 안다면 우리는 자살이 개인적 사연이 아닌 분단정신병의 결과라고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분단정신병은 단지 자살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 평의 아파트 평수를 늘리고 십자가 종탑을 높이 올리는 것을 신의 축복이라고 여기는 정신착란증 환자들을 대량 생산해내게 되었습니다.

이제 4.27 판문점 시대를 맞아 극히 소수의 극단적인 반공주의자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남한 국민들은 북한을 남한과 대등한 차원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 점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보수교회의 대명사격인 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는 북의 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여 곤혹을 치루기도 했습니다만, 북의 체제를 인정한다는 말은 그 체제를 떠받드는 사상과 이념을 인정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지난 주 금강산 새해맞이 행사에서 조선그리스도교련맹 강명철 목사를 만나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과거 남북교류가 꼭 막혀 있을 때는 세계교회의 중재를 통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조그련의 만남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 남북정부와 민간교류 나아가 북미간의 교류가 시작이 되면 우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러니 이제는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남북교회는 사상 대화와 교류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말하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민족 또한 미래가 없습니다.

남한은 자유국가라고 말하지만,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서는 <주체>라는 단어만 꺼내도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꺼내는 공안경찰국가입니다. 북한 또한 한국전쟁 시기 미국이 갖다 퍼부은 엄청난 폭탄과 그로 인한 살상으로 인해 미국 그리고 미국을 대변하는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부정적입니다. 남측의 그리스도인들은 과거 소련 정권 하에서의 북의 정권이 행한 종교 탄압으로 인해 부정적인 기억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으로 통일국가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의 필연성이 있을뿐더러 진정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 우리는 예수의 말씀대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만남을 갖습니다. 두 정상 간의 정치 만남이지만, 사상과 체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는 사회주의 주체사상과 자본주의 그리스도교의 만남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의 연구소는 저와 함께 한 몇몇 신앙 동지들의 창작물이 결코 아닙니다. 문익환 박순경 서남동 이승만 홍동근 홍근수 선우학원 등등의 선배 목사님들이 이미 걸어간 그 길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35년 전 미국과 독일에서는 이미 남북해외간에 이와같은 대화가 있었으며, 남한에서도 80년대 말 관련된 책이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근 40년간의 공백기를 넘어 다시 시작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주체사상이라는 단어는 북에서는 최상의 단어이지만 남에서는 금지어입니다. 주체사상은커녕 주체라는 단어조차 조심스럽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백 년 전 우리 선조들은 윌슨대통령이 유엔에서 말한 Self-Determination이라는 단어에 힘을 얻었습니다. 물론 당시 미국은 쿠바, 푸에토리코, 필리핀을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었기에 윌슨이 말한 민족자결주의는 우리 선조들이 생각하는 민족자결주의와는 거리가 먼 단어였습니다. 1905년 테프트가츠라 비밀협약을 통해 일제의 식민지 약탈을 동조하고 1910년 을사늑약 당시 축하 꽃다발을 보낸 미국은 조선의 독립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구소련의 압박 아래 있던 동유럽의 백인 민족들을 향한 소리였습니다. Self-Determination은 ‘민족자결주의’로 번역이 되지만, 이를 줄이면 ‘주체(主體)’가 됩니다. 주체사상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역사의 주인이 바로 나라고 하는 것인데, 이는 성서에서 우리가 하느님의 아들과 딸이다라고 하는 말과 같습니다. 

관점에 따라 그리스도교와 주체사상은 전연 다른 사상일수도 있고, 하나는 신의 관점에서 다른 하나는 인간의 관점에서 강조한 곧 동전의 앞뒤 사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80년대 말 브리태니카 사전은 주체사상을 주체종교로 바꾸어 세계종교 항목 8번째의 큰 종교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기독교는 지난 2천년 동안 수많은 오류를 범했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는 신의 이름으로 전쟁도 했습니다. 이제 겨우 100년을 맞이한 북의 사회주의 체제나 주체사상 또한 많은 오류를 범했습니다. 우리가 기독교의 오류만을 보고 이거 엉터리다 가짜다라고 단정하지 않듯이 북의 주체사상 또한 그렇게 단정하지 않는 것이 지성인의 올바른 태도입니다. 어느 주의(主義)고 어느 사상이고 변화하지 않는 절대불변의 진리는 없습니다. 진리라고 파악되는 순간 그것은 진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리는 오직 대화와 비판을 통해 얻어지는 것입니다.

신학생 시절 제가 감명을 받았던 구절이 있습니다.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5천년의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해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기는 고난을 경험하였지만, 이 세계의 시궁창 같은 조선반도에서 새로운 아기가 탄생할 것이라고 했고, 김교신 선생은 조선반도의 모습이 세계를 어깨에 짊어지고 일어서는 모습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연구소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미약하나마 앞서간 선배들의 뜻을 이어 남북의 진정 하나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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