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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들을 잡아 올린 지혜로운 어부와 같으니(제8절)

기사승인 2019.03.20  1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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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림의 결단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란 자기 그물을 바다에 던져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들을 잔뜩 잡아 올린 지혜로운 어부와 같습니다. 그 지혜로운 어부는 물고기들 중 좋고 큰 고기 한 마리를 찾았습니다. 다른 작은 고기들을 다 바다에 다시 던졌습니다. 그래서 큰 물고기들을 쉽게 골라낼 수 있었습니다. 여기 두 개의 들을 귀 있는 이들은 잘 들어야 합니다.”(제8절)

마태복음13:47-48에도 그물로 잡아 오린 물고기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서는 ‘좋은 것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은 내다 버린다.’고 하면서, 이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갈라놓는 최후의 심판과 연결시키고 있다. 『도마복음』서에는 심판 이야기가 없다. 따라서 이것을 심판과 연관시킬 수 없다. 그러면 여기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려 하는가?

▲ “An etching” by Jan Luyken illustrating Matthew 13:47-48 in the Bowyer Bible, Bolton, England ⓒWikipedia

우리는 모두 어부들이다. 그런데 보통의 어부는 그물에 올라오는 물고기를 다 잡아 온다. 이른바 저인망 방식으로 싹쓸이까지 한다. 이것이 세상에서 소위 성공한 사람이 취하는 전형적 태도다. 그러나 여기 나오는 ‘지혜로운 어부’는 큰 고기 한 마리를 위해 다른 고기들은 뒤로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땅에 숨겨 놓은 보물을 찾으면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가진 것을 다 팔기’로 한 농부나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면 가진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사는 장사꾼과 같은 사람이다.(마13:44-46)

그러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물고기’, ‘보물’, ‘진주’는 무엇인가? 신학자 폴 틸리히의 표현대로 우리의 ‘궁극관심’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도마복음』에 의하면 물론 하느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 곧 내 속에 계신 하느님의 현존, 나의 참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 근본적인 것, 궁극적인 것을 깨닫고 발견한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을 버린다. 물질적인 것이나 사회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 있어서도 잡다한 상식이나 이론이나 견해나 관념이나 범주나 논리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이런 선입관에 입각한 앎을 뒤로 할 때만 참 된 앎, 진정한 깨침, 반야(般若)의 지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경』에도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일손(日損)’의 길이라고 했다(48장). 우리가 가진 일상적 견해를 깨끗이 비워야 도를 체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수님의 표현을 쓰면, ‘성전을 청결케 하심,’ 나아가 아주 ‘성전을 허는 것’(요2:13-19)이기도 하다.

한편 『도마복음』이 모든 사람을 위한 가르침이 아니라는 입장에서도 풀이될 수 있다. 물고기가 물에서 살고 있듯 인간은 이 물질 세계에 살고 있다. 그래서 물고기가 인간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도를 깨친 지혜로운 어부가 사람을 건져 올리면, 그 중에서 자기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큰 물고기만 고르고 나머지는 그대로 놓아준다는 뜻일 수 있다.

출애굽 당시 아직도 이집트(애굽)의 고기 가마를 그리워하던 이스라엘 사람들, 아직도 불타는 소돔 성을 잊지 못하고 뒤돌아서던 롯의 처와 같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계속 광야를 헤매거나 거기 소금 기둥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하느님 나라의 비밀은 아무에게나 주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진주를 돼지에게 주면 돼지가 진주를 알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돼지가 그것을 준 사람도 짓밟고 물어뜯는다고 했다(마7:6). 그러기에 하느님 나라의 비밀은 일차적으로 그것을 받아 정말로 고마워할 마음의 태세가 갖추어져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감추어진 가르침(esoteric teaching)’이다. 들을 귀가 있는 이들만이 그 깊은 속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강남 명예교수(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soft103@hotmai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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