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의 신화는 어떤 배경에서 태동했나요?(2)_주체사상의 신화(3)

Q: 주체사상의 신화는 어떤 배경에서 태동했나요?(2)_주체사상의 신화(3)

A: 지난 연재에서 주체사상의 신화는 ‘수령의 승리’를 선언한 1967년의 「5.25교시」를 배경으로 태동하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5.25교시」가 북한 사회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5.25교시」 이후 북한의 인텔리들은 엄청난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계급투쟁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강화, 수령 숭배의 심화, 인텔리 혁명화의 파도가 휘몰아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사회 전반은 극좌적인 분위기로 변해 갔습니다.

김영주와 김정일의 ‘유일사상체계확립’ 방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서적들을 불태우거나 도서관에 기증하도록 강요받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도서정리사업’은 비단 철학이나 역사서 뿐만 아니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각종 서적이 파괴되었습니다.

▲ 북한의 교과서 ⓒGetty Image

도서의 검열이 강화되어 문제가 될 만한 글의 내용과 어투, 인명을 삭제하는 작업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모두 검열할 정도로 철저히 행해졌습니다.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고리키 등의 문학서적은 물론이고, 그리스 철학, 중국 철학, 독일 고전철학 등의 서적들이 이 시기에 모두 불태워지거나 회수되었습니다. 북한의 교과서에서 이순신, 을지문덕, 세종대왕 등이 사라지게 된 것도 이 무렵의 일입니다. 역사가 수령의 신화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기초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판 문화혁명으로 불리는 「5.25교시」의 여파로 외국음악은 물론이고 소련 음악까지 금지되었고, 고전 악보는 모두 불태워졌습니다. 미술관의 석고상은 비너스건 베토벤이건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서양화도 모두 찢겨지고, 서양화를 그리던 화가들은 지방으로 추방되어 농사군이 되었습니다.

맑스 관련 서적도 이 무렵부터 개인소장은 금지되고 도서관에서만 열람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열람을 원하는 학자들은 왜 맑스를 공부하려 하는 지에 대한 사유서를 쓰고서야 책을 빌려볼 수 있었습니다. 맑스의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이 이 무렵에 북한에서 사라졌고 북한에는 김일성의 유일사상체계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5.25교시」가 집행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수령’이 어떤 과정을 거쳐 북한 사회에서 ‘절대화’가 되고 ‘신격화’가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절대화’를 위해서는 경쟁 상대를 박멸해야 합니다. ‘상대’가 없는 것이 ‘절대’인 것입니다.

이 과정은 우리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가종교가 된 이후에 이른바 ‘이교도’들의 철학, 종교, 문학, 예술에 대해 행한 일들의 정확한 반복이었습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에서 ‘절대화’ 되기 위해서는 ‘이교도’들이 남긴 모든 것을 철저하게 박멸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서 ‘그리스도’는 ‘승리’하게 되었고,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만이 로마에서 ‘거룩한 이야기’로 인정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사회에서 ‘수령’에 대한 ‘거룩한 이야기’가 유일한 ‘신화’로 인정받기 위하여, ‘수령’을 제외한 모든 ‘상대’들을 철저히 박멸하는 사건들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을 촉발한 것은 바로 ‘수령’이 발표한 「5.25교시」였다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여 주체사상의 ‘신화’가 태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