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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당연한 것이었다

기사승인 2019.03.18  18: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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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비핵화와 핵 군축 문제에 관하여

지난 2월 말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 시도하고자 했던 핵 담판은 끝내 결렬되었다. 협상 결렬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미국 측이 북미 간에 사전에 조율된 협상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을 납득할 수 없었고, 어떤 요인들로 인하여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놓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협상 결렬은 애초부터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북미회담결렬, 예상된 결말

최근의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특기할 점은 ‘비핵화’ 개념에 관하여 북미 간에 그 어떤 합의도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에 핵무기 개발이 문제가 된 이래로 일관성 있게 ‘조선반도 비핵화’(이하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 왔다. 미국 측은 한반도에 전개되었거나 전개될 수 있는 핵무기를 도외시한 채 오직 북한의 비핵화만을 전략적 목표로 삼았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그럼에도 북한과 미국은 개념을 조율하지 않은 채 협상을 진행하였고, 따라서 협상의 목표와 과정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 협상의 실패는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한반도 분단과 전쟁 이래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해온 적대시 정책과 봉쇄 정책, 그리고 그 일환으로 핵무기를 포함하여 엄청난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기를 준비하였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전개하는 것을 그 어떤 경우에도 금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 한반도 비핵화를 의미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그 요구의 논리적 성격만 놓고 본다면, 미국이 세계 도처에 비축해 놓은 모든 핵무기의 폐기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미국이 세계 곳곳에 비축한 핵무기는 다양한 운반수단들을 통하여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비핵화를 달성할 경우에만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은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제까지 한반도 비핵화를 주도적으로 말한 바 없고, 북한의 비핵화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미국의 주장은 사태의 본질을 가리고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태도로 여겨질 것이다.

▲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그러나 실패한 것만은 아니다. 서로 간에 다른 시각차를 확인한 것을 성과로 볼 수 있다. ⓒGetty Image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27일과 28일 하노이에서 개최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의 협상 실무자들은 여러 차례 핵 협상을 벌였다. 그 협상의 핵심은 영변 핵 시설단지의 폐기와 대북 제재의 부분 해제를 맞바꾸는 ‘스몰딜’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은 이북과 미국이 비핵화 개념과 목표에 합의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을 일정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잠정적인 타협의 모양새를 갖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엘리트 집단과 지배적인 여론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는 협상 막판에 불거진 코헨 청문회 충격 아래서 이러한 잠정적 타협안이 미국 의회와 여론, 그리고 군산복합체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였을 것이고, 결국 판을 뒤흔듦으로써 위기를 모면하고자 했을 것이다.

결렬된 협상, 실패한 것만은 아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하더라도, 나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 확인되었다고 본다. 한반도 비핵화의 논리적 성격상, ‘비핵화’에 관한 북미간의 합의가 없는 한, 비핵화 협상은 앞으로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존 볼턴, 스티브 비건, 마이클 폼페이오 등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전제로 한 일괄타결내지 ‘빅딜’을 언급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포함하여 북한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일체의 무력을 포기하고 백기 투항을 한 상태에서 협상장에 나오라는 주장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북한은 이러한 주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책임 있는 당국은 한반도 분단과 전쟁 이후 고난 가운데서 일구어온 북한 체제의 안정을 군사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해서 미국과 단계적인 핵 협상을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그 입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볼 때, 북미 핵협상은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합의, 더 엄격하게 말하자면, ‘비핵화’ 목표와 그 과정에 대한 합의 없이는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북미 핵 협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성취하기 위한 협상이 아닌 한, 그 어떤 의미에서도 비핵화 협상이 될 수 없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오직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할 때에만 의미 있는 의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북미 간에 핵 협상이 새롭게 설계된다면, 그 협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해서 북한과 미국의 핵무기를 관리하고 감축하는 중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질적인 북미회담의 진전을 위한 전제

이러한 협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매우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여야 한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을 일단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하고 북한이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한다는 것을 직시하는 것이다. 오직 그럴 때에만, 한반도와 그 주민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북한과 미국의 핵무기를 관리하고 감축하는 현실성 있는 방안을 책임 있게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입에 올리기 싫어하지만, 이제는 핵 군축 개념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여야 하고,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핵 군축 협상을 기획하여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북한과 미국의 핵 군축 협상은 쌍방이 핵무기로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하고, 그 합의를 국제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군사적 신뢰관계를 신중하게 조성하고 정치적 신뢰관계를 공고히 구축하는 여러 단계를 거쳐 가면서 불가침협정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는 가운데 한반도 핵 군축에 따르는 이익을 서로 교환하는 과정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에 그 어떤 핵무기도 전개하지 않고, 더 나아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북한이 이에 상응해서 핵을 동결하고 핵무기 확산 방지에 헌신하는 것이 핵 군축의 첫 걸음일 것이다.

한반도 핵 군축 협상과 북한에 대한 봉쇄 및 제재 정책의 철회는 단계적·동시적 상호행동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나는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한 핵 군축 협상을 통하여 한반도 평화체제가 자리를 잡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한반도 남과 북의 국가들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에도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확대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핵 군축을 위한 협상을 추진할 때, 유념하여야 할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핵 군축 협상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자극하고, 이로 인하여 동북아시아에서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핵 군축 협상은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고 핵무기 확산을 금지하는 조치와 함께 가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북미 핵 협상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여야 할 것이고,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의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지난 3월 17일 청와대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북미 비핵화 협상에 관해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일시에 달성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전제하고 “‘All or Nothing’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은 북미 핵 협상에 매우 적절하게 개입한 한 사례일 것이다.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wdkang55@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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