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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다고 믿는 사회

기사승인 2019.03.16  18: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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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기자회견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이 글을 기고하신 찬경 님은 한신대학교 신학과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경북 포항에서 거주하고 계신다. 또한 장애를 가진 분이기도 하다. 기고문을 보내주신 찬경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편집자 주

3월14일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했다는 이유로 한동대에서 무기정학 받은 학생의 재판이 있었다. 재판에 앞서 여러 단체들(한동대학생 부당징계 공동대책위원회)이 모여 학교 측의 징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물론 나도 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장애인이 뭘 알아?!

그런데 기사회견 도중 몇몇 사람이 난입해서 소란을 일으켰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여성 장애인의 가족이라며 아무 것도 모르는 장애인 데려다가 뭐하는 짓이냐고, 왜 이용하냐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당황한 여성분은 돌아가길 원했고 기자회견장을 벗어났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하고 기자회견장 바로 옆에서 가족이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거냐”며 추궁 당했다. 심지어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그 여성분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여성분은 여기 뭐하는곳인지 알고 왔고, 엄마한테 다 얘기하고 왔다고 대답했다.

▲ 기자회견에 난입해 여성장애인을 끌어내고 있는 목사와 그의 가족 일행 ⓒ찬경 제공

어떤 남성분이 이분도 인권이 있는데 그만하시라고 하자 가족측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인권? 동성애가 인권이냐!”

누가봐도 목사가 분명한 차림의 남자와 그 일행들은 그 여성분이 알고 왔건 모르고 왔건 관심 없었다. 기자회견을 방해할 좋은 수단 쯤으로 보였다. 실제로 목사와 함께 한 일행 속에는 그 여성분의 어머니와 할머니도 있었다.

여성분의 이야기는 그 일행의 고성에 파묻혔다. 그 일행은 애초에 들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일행의 방해에도 기자회견은 잘 마쳤고 그 후에는 재판을 위해 법원으로 이동했다.

남겨진 여성 장애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은 그 여성분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 뿐이었다. 여성분은 휠체어에서 떨어질듯 발작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고 있었다. 

“최○○ 목사 싫어!!!” “왜 와서 난리를 부리냐고!!!”

장애인이 뭘 알고 여기 왔겠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 데리고 뭐하는 짓이야? 얘가 뭘 원하는지 니들이 왜 물어봐? 니들이 얘 인생 책임질거야? 왜 애를 이용하고 그래?

말이 느리고 목소리가 작을뿐, 여성분은 의사표현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성인이다. 여성분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무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가족과 목사 일행이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해 취한 방법은 비겁하고 저열했다.

장애인을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해 이용당하는 존재로 만들었고, 실제 여성분이 의사표현을 잘 한다는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본인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 딸을 그 지경까지 몰아가며 당신들이 얻고 싶은게 뭔지 묻고싶다.

공의? 하나님의 뜻? 분명한건 하나님은 어제 그 자리에서 그여성분과 함께 울부짖고 계셨다는거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악의 무리를 어떻게 해할까 찾는 당신들의 벌건 눈이 아닌, 상처받아 울부짖는 그 눈물 속에 하나님은 함께 울고 계셨다.

이틀이 지났지만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여성분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엊그제 일로 상처받은 여성분과 모두에게 하늘의 위로가 함께하길 기도한다.

찬경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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