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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의 관객이 천만이 넘은 세상과 그 발생사적 기원?

기사승인 2019.02.16  20: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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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학 목사의 인문학으로 읽는 영화

▲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1. 소상공인들은 목숨 걸고 일한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직업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 직업은 귀천이 있다. 드라마 <SKY 캐슬>을 보라! 의대, 법대. 그러나 모두가 의사와 판검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취업자의 25%에 이르는 이들은 자영업자들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치킨집 사장님의 애환을 그(리려다 웃김에 더 열중한)린 영화 <극한직업>의 관객이 1,000만을 넘었다(2019년 2월 13일 현재 13,423,402명). <알리타: 배틀엔젤>의 사이버 펑크적 문제의식도, <가버나움>의 아동과 빈곤의 문제의식도 코미디 한편에 묻혀버렸다. 도대체 왜?

사실 영화 <극한직업>은 매달리고, 구르고, 달리고, 추격하고, 목숨까지 걸면서 고군분투하는 마약반 5인방의 모습을 통해 ‘극한직업’ 제목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게다가 기존 형사물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형사들이 치킨집을 위장 창업한다는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와 설정을 바탕으로 관객들을 마음껏 웃겨 주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성공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인 마약반 형사 5인방이 실적이 없어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오늘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운명이다. 실적과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에 우리는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생일대의 수사를 앞두고, 5인방은 마약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그들의 아지트 앞에 있는 치킨집을 인수한다. 고반장(류승룡 분)이 퇴직금을 미리 당겨 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시대 우리들의 아버지인 명퇴자, 정년 퇴직자들이 가는 길, 운명이다.

아무튼 형사 5인방은 낮에는 치킨장사, 밤에는 잠복근무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뜻밖에 갈비 양념 치킨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형사들은 범인보다 닭을 잡고, 썰고, 튀기고, 버무리는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본업인 수사보다 장사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닭을 팔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인지, 수사를 하기 위해 닭을 파는 것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극한의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영화 <극한직업>은 형사와 소상공인을 오가는 이중 캐릭터의 반전 매력으로 웃음을 유발함과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며 ‘극한 직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공감을 자극했다. 주인공 고반장의 말대로 ‘소상공인들은 목숨을 걸고 오늘도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1,000만의 사람들은 적어도 영화에서만큼은 웃고 싶었던 것이다. 코미디는 그래서 힘이 세다.

2. 소득주도성장의 기본 최저임금 인상

오늘 자영업자들은 힘들다. 무엇보다 만성적인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 은퇴자들이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출혈 경쟁을 낳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영화처럼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한다. 게다가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투,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횡포, 비싼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등이 자영업자들의 허리를 휘게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2019년 1월 2일 JTBC ‘신년특집 대토론-2019년 한국 어디로 가나’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저임금 관련, 사이다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들어보자. “신문에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30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직원을 눈물을 머금고 해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눈물이 나더라. 어떻게 30년 동안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느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보기에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고임금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하고, 최고임금 인하를 논할 때이다. 그렇다면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의 적정 배수는 어느 정도일까? 참고로 2017년 세계 상위 1퍼센트의 부는 전 세계 부의 50.8퍼센트, 그러니까 나머지 99퍼센트의 부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기가 막히지 않는가?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러면 안된다.

그럼 최고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임금은 어느 정도일까? 재벌들의 탈, 불법적인 소득 등을 제외하고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임금만 살펴보자. 2018년 4월 2일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7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고 임금으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권오현 회장이 2017년 한해 243억 8100만원을 받은 것이 국내 최고이다. 그런데 시급 1만원도 되지 않는 최저임금을 가지고, 벌벌 떠는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들은 왜 최고임금에는 침묵할까? 기가 막히지 않는가? 우리가 사는 곳이 진짜 이러면 안 된다.

“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라고 말하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심리학과 키스 페인(K. Payne)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사다리 아래층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울증과 불안감, 만성통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업무 실적이 떨어지기 쉽다. 또한 미신과 음모론에 잘 빠지면 비만, 당료병,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수명도 상대적으로 더 짧다. 이건 실제 소득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실제 소득과 상관없이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면’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인간이 악해지는 것은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 비해 심각하게 불평등하다고 느낄 때라는 것이다. 유시민 이사장의 말이다. “만성적인 불황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내수 부진이고, 중산층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보수언론 등은 시장소득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국민 경제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는 정책을 좌파 정책으로 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와 방향을 바꾼다고 해도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겠다는 암울한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가 처한 일자리 등의 위기가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한 것이다. 이제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고급 일자리도 기계와 로봇,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된 시대이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수출은 늘지만, 일자리가 절반 밖에 안 생기고, 대신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많아다. 게다가 민간 가계 안에서도 서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내부 소득 분배를 통해 서민들이 살기 팍팍한 현실을 바로잡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자영업자 대책이 먼저 나온 후 최저임금 인상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론은 보수 성향의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권장하고 있는 정책이다. OECD는 2014년 12월 9일 발표한 보고서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끼치는 영향」에서 “소득 불평등 해소가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소득 불평등이 심각할수록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성장률이 떨어진다. 소득 불평등이 단일 변수로는 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라고 분석한다.

2014년 4월 IMF의 조너선 오스트리 박사(IMF 조사국 부국장)도 「재분배와 불평등, 성장」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부유층에 소득이 집중되는 현상은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경제 성장도 가로 막고 있다.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불평등 축소를 위한 재분배 정책은 고성장과 더 긴 성장 지속력을 가져온다.”

2016년 4월에는 오스트리 박사는 이렇게도 말했다. “우리는 수요가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제 성장을 위해) 소득 재분배, 임금 상승 등 수요를 진작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놀라지 말라.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사회를 오늘과 같은 신자유주의의 약육강식의 사회로 만든 IMF의 말이다.

사실 주류 경제학은 불평등은 성장의 촉매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불평등’이 ‘경쟁’을 유발하고, 경쟁 심화가 ‘성장’을 자극한다는 논리이다. 영화에 나오는 ‘수원왕갈비통닭’이 양념하나로 경쟁에서 이기고 대박이 났듯이 경쟁이 성장을 이끄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영화는 영화일뿐!

그러나 보수 언론과 보수 정당, 재벌 대기업은 불평등에 기초한 이러한 경쟁이 성장을 촉진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불평등이 심해지자, 기업들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사줄 소비자(수요)가 없어 저성장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어난 IMF의 변화를 대변하는 오스트리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이 높다. 소득이나 부를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재분배하면 전체적으로 수요를 진작할 수 있다.”

외환위기 때 구제금융 실행 계획을 진두지휘해 우리에게는 ‘저승사자’라고 불린 데이비드 립튼 IMF 부총재도 이렇게 말한다. “수십 년간 각국의 사례를 봤을 때 불평등이 심화되는 나라는 성장이 둔화하고, 평등한 나라는 성장이 빠른 것을 볼 수 있다. 정부가 소득재분배 정책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에 대해서도 립튼 부총재는 이렇게 조언한다. “소득불평등이 점점 커지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 재분배 정책으로 중산층을 재건해야 한다.” 이러한 소득 재분배와 함께 임금 인상이 수요 진작을 위한 수단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최저임금인상이 바로 경제회복과 성장의 답인 것이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재분배 정책과 임금 인상 정책이 효과적으로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금 보수 언론과 정당, 재벌 대기업의 거센 저항을 맞고 있는 이러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흔들림 없이 지속될 때, 형사 5인방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소상공인들에게 좋은 세상이 열릴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3. 극한직업에서 공생 시대의 연대사업으로

영화를 보면, 형사들이 투잡을 뛴다. 데이트 시간이 없어 장형사(아하늬 분)와 마형사(진선규 분)는 서로 눈이 맞아 영화의 마지막 키스를 한다. 동료들도 총을 쏘고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인 것이다. 이 장면이 어찌나 웃프고, 하찮고 아름다운지! 극한 직업은 사랑도 극한 사랑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일자리 감소는 눈에 훤하다.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급증하는 온라인 쇼핑 거래도 오프라인 점포를 가진 입장에서는 위기라 볼 수 있다. 지리경제학과 도시경제연구의 석학인 토론토 대학교 경영대학원 리처드 플로리다(R. Florida) 교수는 경제적인 시스템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역사적 시기를 5가지로 구분한다.

⓵ 계획농업시대(농업시스템)
⓶ 근대상업과 전문화시스템 시대(길드 시스템)
⓷ 산업자본주의 시대(공장 시스템)
⓸ 조직시대(조직 시스템)
⓹ 창조적 시대의 부상

‘조직시대’는 윌리엄 화이트(W. White)가 1956년 출간한 『조직 인간(The Organization Men)』을 기반으로 한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만화 <미생>의 대사이다. 정규직 회사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상식이었다. 회사 내의 그 어떤 갑질을 당하더라도 참고 견디면 ‘지옥’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조직의 혜택과 보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조직 시스템 사회의 모습이다.

<만화 미생의 한 장면>

따라서 공장 시스템을 넘어 조직 시스템으로 넘어오면 ‘조직 인간’이 당시의 일터와 문화에 얼마나 심각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화이트가 60여년 전 ‘조직의, 조직에 의한, 조직을 위한 삶을 사는 인간형’을 ‘조직인간’이라고 부른 것은 폄하의 뜻이었지만,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조직인간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건 물론이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 조직에 조폭, 판사, 검사도 들어간다.

그러나 인류는 ‘공장 인간’에서 ‘조직 인간’을 넘어, ‘창조적 인간’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미래의 최고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창조성을 들었다. 1960년대까지는 창업가형, 1970~1980년대는 관리형, 1998~2008년까지는 구조 조정형 CEO가 필요했다면 2008년 이후부터 2019년까지는 창조형 CEO가 요구되었던 시대이다. 그러나 필자는 플로리다 교수의 5가지 시스템에 하나를 더 보태려고 한다. 왜냐하면 모두가 다 창조적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⓺ 공생 시대의 부상(길드조직의 연대 시스템)

여기서 길드조직은 다양한 생산 및 소비 분야를 말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극한직업을 가지고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회가 아니라, 길드들이 공생을 위해 연대할 때 가능할 것이다. 창조형 CEO를 넘어 연대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노동자들, 시민들,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소상공인들, 자영업자들, 치킨집 사장님들아! 직원들과 알바생 임금 인상이 바로 당신들이 연대할 사람들의 생명줄을 굵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안 반대에 힘쓰지 말고, 최고 임금 받고 갑질하는 이들과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투,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횡포, 비싼 임대료를 부르는 조물주 위의 건물주와 카드회사의 갑질 수수료를 법적으로 제재하는데 관심을 가져야한다.

영화도 그렇다. 실적이 없어 해체위기에 놓인 5인방 형사들이 공감하고 연대할 때, 치킨집도 성공했고 마약범들도 잡았고 사랑도 성공했고 해피엔딩이 되었다. 자, 이제 이런 영화 속 코미디가 현실에서도 이뤄지는 기쁨을 느껴보자. “최저임금 인상하고, 더불어 함께 살자!” 이 말을 할 자신이 없으면 벽에다 대고라도 외쳐야 한다.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 ha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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