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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

기사승인 2019.02.15  17: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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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와의 연대가 회복의 큰 힘

최근 교계와 신학교에서의 성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성범죄를 바라보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관점과 자세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참고할 것을 제안하며 온전한 사건처리와 피해자 지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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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현장에서 분노조절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람을 만나다 보면 흥미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분노조절이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잘 되지 않는데, 조직폭력배를 만나면 잘 된다는 것이다. 성범죄자 역시 비슷하다. 자신보다 강하거나 지위가 확연히 높은 자에게는 성충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자신이 지배하거나 통제 가능한 사람에게만 일어나곤 한다.

▲ 성폭력을 시각화한 그래픽 ⓒYTN

성범죄라는 것은 생리적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완력이나 권력, 다양한 역학구조가 복합적으로 조명되어야 설명가능하고, 여기에 술이나 유흥 등의 핑계를 덧붙여 발생하곤 한다.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왔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누구나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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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 지연, 인연 등은 현실에서는 무시할 수 없으나 얽매이면 안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교계 쪽은 워낙 그 범위가 좁아서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고, 이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구성원이 많다.

그러나 자신에게 허락되고, 부여된 지위와 권력 등을 남용하거나 또는 범행에 이용했다면, 우리 모두 뿐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를 지적하고, 바로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가해자도 변할 수 있고, 그 가해자가 속한 공동체도 건강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를 위해 더욱 그래야 한다. 성범죄는 진실이 밝혀지고, 가해자가 처벌되며 피해자의 무고함이 밝혀지는 그 순간, 바로 여기부터 치유가 시작된다. 그 후에야 비로소 다양한 임상적 접근이 효과를 보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피해자와의 연대는 치유와 회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당신 곁에 있고, 내가 기도하고 있다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며,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러면 그 이는 더 이상 ‘피해자’만이 아닌 ‘생존자’이자 ‘고발자’로서의 당당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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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안자체가 범죄성이 성립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당연히 우리는 법이 보장한 대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함부로 유죄추정을 해서는 안 되고, 당연히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 받는 이가 나와서도 안 된다.

그러나 성범죄는 직접 증거가 남지 않고, 목격자가 없거나, 상대의 심리적 종속을 유발하는 그루밍 범죄(영문명)가 많다는 점에서 달리 봐야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의 명시적 또는 명백한 동의나 합의, 허락 등의 자기결정권 행사 없이 성행위가 발생했고, 이 후 명백한 거부의사와 신고절차가 이루어지면 성행위의 성격을 달리 해석해야 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범죄는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그 세밀한 결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건자체도 더욱 온전히 볼 수 있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피할 수 있으며, 합리적인 사건처리가 가능해 진다.

정리하며

지금까지 필자는 성범죄가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약자에게 가해지는 범죄이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가해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과 재발방지,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연대가 중요함을 제시하였다. 또한 성범죄는 일반 범죄와 달리 그 세밀한 결을 볼 수 있어야 함을 설명하였다. 사실 이것은 기본 중의 기본임에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아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관점을 재점검하여, 현재 뿐 아니라 앞으로 발생한 사건 역시 온전히 처리하는 것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될 것이다.

임정혁 목사(하울교회, 한신교육연구소 소장) kkuks81@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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