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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 기장 교회의 성범죄대응 현주소

기사승인 2019.01.10  02: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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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장 서울동노회 재판국 박승렬 목사 판결 규탄

1월9일 오후2시, 한국교회연합회관 정문 앞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10여개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기장 서울동노회 재판국의 판결에 분노하며 규탄했다.

박승렬 목사 성폭행 사건에 대한 기장 서울동노회 재판에 분노하는 기장인들

지난해 말 기장 서울동노회 재판국은 박승렬 목사에 대해 정직 판결을 내렸고, 이에 대해 성정의 실현을 위한 기장인들은 판결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였다. 기장인들은 재판국 판결에 앞서 수차례에 걸쳐 공정한 판결을 촉구한 바 있으나 사회 법정보다 훨씬 뒤쳐진 교회 재판국의 판결을 보면서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성폭력 가해자 목사에게 면직이 아닌 정직이라는 권징은 오히려 면죄부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 기장 성정의 실현을 위한 연대 소속 단체들이 기장 총회가 자리잡고 있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행으로 징역 판결을 받은 기장 서울동노회 소속 박승렬 목사에 대해 솜방이 처벌에 그친 기장 서울동노회 재판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윤병희

기장인들은 서울동노회 재판국의 ‘정직’ 판결에 대해 ‘솜방방이 판결’이라고 규정하고 책임자들의 사과를 주장하며 교회법정의 권위 회복을 촉구했다.

“서울동노회 재판국은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판결을 하였고, 가해자의 ‘면직’과 ‘출교’라는 우리의 간절한 기대와 신뢰를 저버렸다. 사회법정에서 강간미수로 실형 3년 판결을 받은 가해자 목사를 이번 서울동노회 교회재판은 ‘정직’이라는 하나마나한 재판을 한 것이다.”

명백한 솜방이 처벌이다

기장 양성평등위원장 이혜진 목사는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히면서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말로 교회 지도자들의 성폭력에 대한 안일함을 폭로했다.

“오늘 우리는 (기장 서울동노회 재판국의) 하나마나한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하면서 우리 교회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는 교회에서 성폭력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혜진 목사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박승렬 목사의 성폭력 사건 발생은 2017년 4월, 그리고 1년 2개월이 지나 2018년 8월 초에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면서 그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직후 <성정의 실현을 위한 연대>를 조직하고 ▲ 가해자의 탄원서 선처 저지와 유언비어 유포를 막기 위한 활동, ▲ 서울동노회에 박 목사에 대한 면직 및 출교 요청, ▲ 재판국 구성에 탄원서 서명자 배제, ▲ 재판국에 과반수 여성 비율 등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기장 목회자들도 가해자의 편에 섰다

이어진 규탄발언에서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원계순 부회장은 “교회의 힘 있는 지도자들이 성추행당한 여신도 편에 서지 못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입장에 섰다”며 “이런 오명으로 기장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신도가 교회를 떠나고 젊은이가 교회를 떠나는” 탈교회 현상을 목회자에 대한 신뢰 상실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서울동노회 재판국은 이런 오명으로 기장을 욕되게 하지 말고 바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피해당사자가 직접 나서지 않았으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여신도회전국연합회 김정옥 사회위원장이 피해자의 입장을 간접화법 형식으로 전한 것이다.

“피해자는 청소년 시절부터 박 목사와 S교회를 25년간 섬겨왔고 가장 존경했던 박 목사와 교역자들의 가르침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따르고 순종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고 그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올 겨를도 없이 무너져가고 있을 때 교회는 피해자에게 더 큰 2차 가해를 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교회는 박목사의 범죄사실을 모두 알고도 사건 무마에 혈안이 되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법정에서까지 위증을 해가며 피해자에게 무자비한 2차 피해를 서슴치 않았다고 합니다. …”

피해자 중심주의 사고 전환 시급하다

기장 전국여장로회 차기회장 이명순 장로는 “노회가 잘 못 처리한 이 일을 총회가 정의롭고 엄중하게 판결해달라”고 요청했다.

▲ 이날 기자회견 발언자로 나선 임정혁 목사는 성폭력 문제를 다룰 때 외부 전문위원과 성별구성비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병희

또한 기장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 전문위원 임정혁 목사는 “성폭력 사건 처리는 철저하게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면서 “외부 전문위원 위촉과 성별비율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한목소리로 “서울동노회 재판국의 부당한 판결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준비된 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 가해자와 해당교회ㆍ노회는 2차 가해를 멈추고 사과할 것, ▲ 상급심에서 정의롭고 엄중하게 판결할 것, ▲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이들은 탄원서를 철회할 것, ▲ 기장 총회는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제도와 법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장 총회, 성폭력인지교육 강화한다

기장총회본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동노회의 판결에 대해 기장교회의 전반적인 성폭력인지감수성이 반영된 문제로 보고 각 노회별로 성폭력인지교육을 다각도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장 성정의 실현을 위한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성정의실현을위한기장교역자모임, 기장여신도회전국연합회, 전국여교역자회, 전국여장로회, 기장청년회전국연합회, 한신대여학생회, 한신대신학대학원 학생회, 여학생회, 민중신학회, 패미하다(한신신대원 페미니스트 모임) 등이다.

NCCK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는 서울동노회 소속 박승렬 목사와 동명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항의전화가 많이 온다는 것이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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