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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복음』은 어떤 복음서인가

기사승인 2019.01.02  2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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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복음』 풀이를 시작하며 1

『예수는 없다』는 책으로 한국사회와 교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오강남 교수님의 활발한 페이스북 활동 중 하나가 『도마복음』에 대한 풀이입니다.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는 이상 『도마복음』과 그 해설은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강남 교수님께 에큐메니안에 연재해 주실 수 있으신지에 대해 의향을 여쭈었고 너무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매주 『도마복음』 풀이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교수님에 대한 소개는 기사 끝에 위치시켰습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을 본 에큐메니안에서 『도마복음』 풀이를 옮겨 싣고 싶다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도마복음』 중에서 특히 의미있다고 하는 부분을 올려보겠습니다. 그러기 전에 『도마복음』이 어떤 책인가 아는 것이 중요하여 간략하게 『도마복음서』를 소개합니다.

『도마복음』의 중요성

『도마복음』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통 책이 아닙니다. 『도마복음』에서 ‘또 다른 예수’를 만나게 되고, 그가 여기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리스도교에 대한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옥스퍼드 대학 교수였던 앤드류 하비(Andrew Harvey) 같은 이는 1945년에 발견된 이 『도마복음』이 같은 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가진 문헌이라고까지 하면서 『도마복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신약 전문 학자들로 구성된 Jesus Seminar에서는 『도마복음서』를 “제5 복음서”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도마복음』의 발굴

1945년 12월 어느 날 무함마드 알리라는 이집트 농부가 다른 몇 사람과 함께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나일 강 상류 나그 함마디(Nag Hammadi)라는 곳 부근 산기슭에서 밭에다 뿌릴 퇴비를 채취하려고 땅을 파다가 땅 속에 토기 항아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모두 52종의 문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여러 가지 이름의 복음서들, 예를 들어, 『도마복음』, 『빌립복음』, 『진리복음』, 『이집트인복음』, 『요한의 비밀서』 등이 있었습니다.

▲ 1945년 발견된 도마복음의 파피루스 ⓒGetty Image

왜 이런 문서들이 땅에 묻혀 있었을까요? 4세기 초 로마 제국을 통일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제국을 통치할 하나의 종교적 이데올로기로서 기독교를 공인하고,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에게 그리스도교를 ‘하나의 하느님, 하나의 종교, 하나의 신조, 하나의 성서’로 통일할 것을 요청하며 325년 약 300명의 지도자들을 모아 니케아 공의회를 열게 했습니다. 여기에서 예수가 인성과 신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을 주장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젊은 추기경 아타나시우스(Athanasius)가 예수의 인성만을 주장한 아리우스파를 물리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아타나시우스는 그 여세를 몰아, 그 당시 떠돌아다니던 그리스도교 문헌들 중 27권을 선별하여 그리스도교 경전으로 정경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계속 그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367년 자기의 신학적 판단 기준에 따라 ‘이단적’이라고 여겨지는 책들을 모두 파기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그함마디 문서는 이집트에 있던 그리스도교 최초의 수도원 파코미우스(Pachomius)의 수도승들이 그 수도원 도서관에서 몰래 빼내어 항아리에 넣어 밀봉한 다음 나중 찾기 쉽도록 산기슭 큰 바위 밑에 있는 땅 속에 숨겨놓은 책들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문헌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 바로 『도마복음』입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도마가 예수님의 쌍둥이 형제로 알려져 있었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도마복음』에 나타난 예수님, 그리고 그가 전하는 ‘비밀’의 메시지가 그지없이 놀라왔기 때문입니다.

『도마복음』 자체는 여러 가지 정황을 참작하여 볼 때 기원후 약 100년경에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의 상당 부분은 50년에서 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들이라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도마복음』은 다른 복음서들보다 10년 내지 20년 더 오래된 전승을 포함한 복음서라는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도마복음』 특성

『도마복음』의 특징은 그것이 예수님의 말씀만 적은 114가지 ‘어록’이라는 것입니다. 그 말씀들 중에는 신약 성경에 나오는 공관복음을 아는 분들에게는 귀에 익은 말씀들이 많습니다. 실제적으로 약 50% 정도가 공관복음에 나오는 말씀과 평행을 이루는 말씀들입니다.

그러나 『도마복음』이 공관복음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공관복음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적,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 심판, 심지어 출생, 고난과 십자가, 대속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그 대신 내 속에 빛으로 계시는 하느님을 아는 것, 이것을 깨닫는 ‘깨달음(gnōsis)’을 통해 내가 새사람이 되고 자유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십자가와 대속 신앙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폴 틸리히나 최근 존 쉘비 스퐁 같은 신학자들은 이런 대속 신앙이야말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심히 왜곡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도마복음』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쓰이어졌으리라 생각되는 『요한복음』과 비교할 때, 둘 다 우리 내면의 ‘빛’(요1:4)을, 그리고 미래에 있을 종말보다는 ‘태초(요1:1)나 ‘지금’(요5:25)을 강조하는 등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다른 점은 『요한복음』이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는다’(요3:16) 등 ‘믿음(pistis)’을 강조한데 반해 『도마복음』은 일관되게 ‘깨달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감안할 때, 저는 『도마복음서』를 구태여 영지주의라고 하는 한 가지 특수한 사상체계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생긴 결과라고 할 것 없이, 세계 종교 전통 어디서나 심층 깊이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신비주의’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었던 복음서로 보아 무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풀이에서 하려는 것

저의 풀이가 다른 신학자들의 해석과 다른 점이 있다면 비교종교학을 공부한 제 자신의 배경을 살려 다른 종교 전통의 문헌들, 특히 『도덕경』과 『장자』, 불교 사상 등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과 비교하면서 이해하려고 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특별한 당부의 말씀

한 가지 좀 특별한 소망을 덧붙인다면, 깨달음을 강조하는 이 책이 한국에서 그리스도인들과 불교인들을 이어주는 가교(架橋)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 오강남 교수
오강남 교수는 현재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University of Regina) 비교종교학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더불어 ‘종교너머, 아하!’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맥매스터(McMaster) 대학교에서 「화엄華嚴 법계연기法界緣起 사상에 관한 연구」로 종교학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그동안 북미 여러 대학과 서울대·서강대 등에서 객원교수, 북미한인종교학회 회장, 미국종교학회(AAR) 한국종교분과 공동의장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노장사상을 풀이한 『도덕경』, 『장자』, 종교의 이해와 분석을 담은 『예수는 없다』, 『세계종교 둘러보기』,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종교 너머, 아하!』 등이 있다. 번역서로서는 『종교다원주의와 세계종교』,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그리스도』, 『귀향』, 『예언자』, 『예수 하버드에 오다』, 등이 있다.

오강남 명예교수(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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