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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하여 배우지 않아도 천하를 안다” - 不出戶知天下

기사승인 2018.11.26  2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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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47

“집을 나서지 않고 천하를 알고, 창으로 엿보지 않고도 천도를 본다. 이미 더욱 멀리 나가면 이미 더욱 적게 안다. 이럼으로써 성인은 다니지 않고도 알고, 보이지 않고도 이름을 내고, 하지 않고도 이룬다.”
- 노자, 『도덕경』, 47장
不出戶, 知天下, 不闚牖 見天道. 其出彌遠, 其知彌少. 是以聖人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

인의의 도덕을 실천하려면 출가해서, 집을 떠나서 배워야 한다. 인위적인 예법은 배우지 않고 자연적 경험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자는 예와 명분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예를 모르면 짐승과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노자는 예를 학습하지 않는 자연에 질서가 없다는 유가의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장자는 도가 없는 곳이 없다고 가르쳤다. 땅강아지나 개미에게도, 강이지풀이나 피에도, 기와나 벽돌에도, 똥이나 오줌에도 도가 있다고 하였다.

ⓒGetty Image

천하를 얻으려고 할수록 상하군신의 질서를 규정하는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인위적인 질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의 도덕을 따르면 인위적으로 하는 일이 날로 줄어든다. 자연의 활동은 질서가 있고 스스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적 도를 따르는 성인은 가보지 않아도 알고 보지 않아도 부를 수 있다. 자연의 도를 따르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진다.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의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노자와 공자의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노자의 인의와 예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았다. 물론 유가의 사상도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변화하면서 적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배움을 단지 극단적인 경쟁에서 남을 이기고 성공하는 것으로 당연하게 알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자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성공을 남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모으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르고 더 널리 이름을 떨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경쟁사회의 폐해이다.

예수는 구원 받는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가 그 나라에 들어가서 존재하는 것이며,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통치에 함께 참여하는 일이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하느님의 통치를 위해 하느님과 함께 행동하는 과정을 수반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참된 생명, 구원은 그것이 목적이 아니라(--로부터의 구원),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을 향한 구원).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만들어갈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이루어진다.

“하느님 사랑과 인간 사랑이 완전히 실천되고 실현되는 구원의 세계를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라고 불렀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던 자가 뉘우치고 돌이켜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존재로 변화됨으로써 하느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세상을 가리킵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러한 사랑의 통치입니다.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 막혔던 담이 허물어지고 사랑과 용서와 화해가 넘치는 평화의 세계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는 바로 예수님이 시작한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역사를 이어나가도록 부름 받은 존재입니다.
예수님의 부름에 응답한 우리의 구원은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한,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구원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다른 인간, 다른 생명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한 구체적인 삶이 참된 생명을 얻은 자의 삶입니다. 예수님이 당당하게 걸어가셨던 그 길, 언제나 갈릴리의 예언자로 하느님 나라를 향해 걸어가셨던 그 길을 지금 우리가 걷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그 길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함께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할 때에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중에서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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