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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하는 생명평화 마당

기사승인 2018.11.16  2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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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교회 아카데미 첫학기를 다녀와서

지난 11월 12일 오전 11시부터 14일 12시까지, 강촌에 있는 “요한 피정의 집”에서 생명평화마당이 주최한 “작은교회아카데미”가 처음으로 열렸다. 2017년에 생평마당에 소속된 목회자와 평신도가 협력하여 출판한 『한국적 작은교회론』에서는“작은교회”가 지향하는 세계의 키워드를 “탈성장, 탈성직, 탈성별”로 붙들었다. 만인사제론에 입각하여 성장과 성차별에서 탈脫 한 건강한 교회를 향向 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은교회아카데미 첫 번째 학기에는 “탈-성장을 지향하는 작은교회”란 주제로 강사들은 5권의 책을 발제 하였다. 열정적 강의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흥興, 한恨, 정情

11월 12일 오후에 이정배 교수는 『한국적 작은교회론』을 중심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에서, 3가지 ‘탈’, 곧 탈성장, 탈성직, 탈성별을 길잡이로 제한하였다. 특히, ‘한국적’정서를 흥興, 한恨, 정情으로 규정하면서, 흥이란 기쁨이요, 한이란 고난이며, 정이란 고난을 극복하여 다시 흥에로 회귀하는 관계적 힘이라 하였다. 이 한국적 정서를 ‘작은’과 ‘교회’로 연결시키며, 가난함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작은’이 예수의 몸인 교회와 결합되면서, 옥합을 깨뜨려 예수의 발에 부은 여성과 자신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것을 알았던 예수를 교회와 유비적으로 연결시켰다. 예수의 몸인 교회는 나눔(옥합을 깨뜨린 여인)과 치유(혈루병이 치유된 여인)의 공동체이며, 바로 이것이 정情을 통해 회복된 교회의 모습인 것이다. 성직과 성장과 성별이 恨을 만들었다면, 여기서 脫하여 재구성된 “작은교회”야 말로, 情을 통해 興이 회복된 곳이다.

▲ “작은교회 아카데미” 이정배 위원장이 오리엔테이션을 인도하고 있다. ⓒ안동석 목사

이정배 교수의 오리엔테이션은 탈脫과 향向을 성찰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어디에서 탈하여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하였다. 특히 교회가 일상적으로 하는 기도는 청원기도인 Invocation이지만, 묵상 Meditatio과 관상기도 Contemplatio는, 이웃들의 아픔을 통해서 나오는 성령의 말할 수 없는 탄식을 듣는 기도이며, 이들의 아픔을 위해 연대하고 싸울 때, 성령과 하나가 되는 Unio가 이루어진다고 역설하면서, 이정배 교수는 기독교 영성의 탈수도원화와 향 사회화를 주장하였다.

시장 앞에 무릎 꿇은 교회

3시간 이상의 강의와 토론이 지나고, 저녁 식사 후, 교회개혁 실천연대의 박득훈 목사는 하비 콕스의 『신이 된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신에서 해방된 교회”란 주제하에 발제와 강의를 진행하였다. 하비 콕스가 시장市場을 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우리가 숨쉬는 모든 관계를 시장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시장이라기 보다는 자본권력이 쥐고 있다는 말이 더 가슴에 가 닿는 표현일 것이다. 시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사람 사이의 정과 사랑은 낭만적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신체가 편안함을 욕망하는 순간 이를 상쇄하기 위한 상품이 등장하고, 몸과 정신의 욕망은 시장의 거래로 환원된다. 이미 시장은 가격표가 붙은 물건만이 실재라고 여기니, 가격이 붙지 않은 ‘존재’는 실재하지 않는 허상이며, 사람들은 이 실재의 가격세계 안에서만 사고하고 행동하게 된다. 오늘날, 시장이 교회를 지배하게 됐고, 교회 역시 시장신에 포획된 관계집단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시장신에서 해방된 교회란 脫과 向을 동시에 함유하는 공동체이다. 곧 시장신에서 해방되어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에게 돌아온 교회, 바로 이곳이 “작은 교회”라고 하였다. 박득훈 목사는 자신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오던 가치를 다시 한번 천명했는데, 첫째로, “작은 교회는 가난한 교회”라 하였다. 곧 예수께서 사랑하신 청빈이 기독교적 진리의 길이 되는 교회이며, 둘째로, 작은 교회는 “저항하는 교회”라 하였다. 시장과 자본의 맘모니즘이 지배하는 세상에 저항하여 예수께서 가르치신 가치를 극복하는 교회라는 것이다. 곧 가난과 저항이 교회의 정체성이며, 한국교회의 구성원들이 脫하여 向해야 할 곳이라는 데 많은 구성원들이 동의하였다.

▲ 박득훈 목사가 하비 콕스의 책으로 시장 앞에 무릎 꿇은 현시대의 교회를 비판하고 있다. ⓒ안동석 목사

평신도 2명과 목회자 13명으로 구성된 학생學生들은 때로는 동의하며 때로는 저항하면서, 서로의 사고의 틀을 넓혀갔다. 특히 고신측에서 참여하신 장로님께서는, 전혀 다른 신세계를 보는 것과 같고, 당신의 생각을 구성해온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강의와 토론에 놀라고 있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강의에 참여하는 열의와 겸손을 보여주셨다. 글과 지식의 힘은 엉덩이에서 나온다고, 꾸준히 읽고 듣고 토론하면서, 참여자들은 어느덧, 자신이 구축해 놓고 강화시킨 세계관이 도전을 받고, “작은 교회”라는 참으로 힘이 든 현실을 오히려 진리를 향한 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자본주의 화폐가치로 교회를 전환시키다

둘째 날, 침묵을 중심으로 아침묵상이 끝나고, 아침 다시 피정적 수도의 장소인 강의실로 향했다. 세 번째 책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었고, 이은선 교수는 이를 중심으로 “어디서부터 ‘거대한 전환’을 희망할 수 있을까?”란 제목의 강의를 열정적으로 나누었다. 특히 이은선 교수는 마이클 폴라니의 “실체경제학”을 ‘거대한 전환’의 틀 안에서 유교와 여성학과 연결시키며 창조적으로 해설하였다. 실체에 대해 침묵하며 현상의 유동에 관심하거나, 아니면 실체는 아예 없고 관계와 과정만이 있다는 이 포스트모던 시대에 ‘실체경제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폴라니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를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유토피아라고 비판하면서, 서양의 역사를 3가지 실체의 거대한 전환을 이루며 여기까지 왔다고 주장한다. 이는 죽음과 자유 그리고 사회에 대한 자각이라고 하였다. 동물과는 달리 죽음이라는 실체를 자각하면서 이에 대한 극복을 위해 경제가 구성되던 기독교 이전의 보편종교의 단계와, 개인의 자유를 자각하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경제가 존재했던 양식의 기독교적 실체경제를 넘어, 지금은 개인의 구원만이 아닌, 다중 (multitude)적 삶을 살아야 하는 사회가 곧 실체임을 자각하는 ‘사회’라는 실체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사회 혹은 같이 삶, 혹은 情을 통한 하나됨 아니면, 하나님 안에서 개개인이 하나되는 ‘사회’를 상품과 화폐의 부산물정도로 취급하였다.

▲ 이은선 세종대 명예교수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안동석 목사

또한, 시장경제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화폐가치로 변환시킨다. 인간을 노동력으로, 자연을 토지로, 집을 자산으로 변환시켜, 관계의 사회를 해체시키고 이를 시장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은선교수는 칼 폴라니의 실체개념인 ‘사회’를 유가적 개념인 인仁으로 병치하고, 경제를 예禮로 보면서, 인을 구체화하는 예를 실체인 사회를 구체화하는 경제로 유비하였다. 실체경제학, 곧 인간의 관계와 이상의 사회를 구체화하기 위한 경제인 실체경제학으로의 거대한 전환이 인간을 사랑하는 신학적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외침이었다. 나아가, 仁 혹은 사랑의 하나됨을 위한 구체적 禮인 예배의 모임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이은선교수는 주장하였다. 脫시장경제, 向사회 곧 仁의 경제를 위한 禮인 예배가 작은교회의 경제신학적 방향인 것이다.

현대 인간, 도구를 위해 살고 있지 않은가

무겁지만 흥미로운 경제학 수업에 열띤 토론이 더해지면서, 오후 강의가 이어졌다. 이반 일리치의 『성장을 멈춰라』를 중심으로 오세욱 목사는 “공생을 위한 전환”이라는 제목의 “질문 중심의 강의”가 계속됐다. 조금씩 지쳐가는 체력과 집중력에 질문은 약간의 어색함과 긴장을 불러왔다.

이반 일리치의 책, 『성장을 멈춰라』의 원제는 Tools for conviviality 『공생을 향한 도구』이다. 도구가 공생, 곧 같이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 삶이 도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교적 간단한 논리이지만, 실제로 이 책은 우리가 얼마만큼 도구에 지배당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말과 같이 “도구에 의해 지배되는 만큼, 도구의 형태가 사용자 자신의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펜이나, 드릴이나, 교회의 프로젝트나 마이크도 모두 다 도구일 수 있지만, 병원도, 학교도 교회도,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까지도 모두 다 도구인 것이다.

▲ 한국기독교장로회 가온교회 오세욱 목사가 이반 일리치의 책을 통해 도구의 지배 하에 있는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안동석 목사

도구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역으로 우리는 도구를 위해 살고 있다. 곧, 삶을 위해 필요한 도구가,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공생적 삶이란 도구가 절제와 토론과 부정을 통해 재구성된 주체가 공생을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삶이다. 공생이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사이의 자율적이고 창조적 상호작용을 뜻한다. 脫도구지배적 삶에서 向공생의 삶은 도구에 의해 지배 받는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부정의 길 via-negativa을 통해 창의성과 공생의 삶을 향한 민주적 의사결정권과 직접참여를 통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참여자들은 동의하였다.

우리는 다르게 살기로 했다

조금은 서로 지쳐갈 둘째 날 저녁, 김영철 목사의 사회로 실제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최철호 목사와 김종일 목사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이들 모두는 한겨레신문 조현 기자의 공동체 탐방 르뽀인 『우리는 다르게 살기로 했다』에 등장하는 공동체 운영자다.

최철호 목사는 서울 수유리와 강원도 홍천에 기독교 신앙적 가치 안에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기존의 학교와는 전혀 다른 커리큘럼의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자립적 경제구조를 위한 지역운동인 전환마을과는 달리, 마을공동체는 서로의 내면의 영역까지 합의와 소통을 이루기 위한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仁을 구체화하기 위한 禮의 공동체이며, 다중의 일체를 실체로 한 실체경제의 구조이다.

특히 최철호 목사는 국가에서 공동체를 위해 지원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관官의 속도와 민民의 속도는 다르다”했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성과를 내야하는 官의 물질을 따르다 보면, 공동체는 붕괴될 위험이 있으니, 시간이 지나더라도 民의 힘을 믿고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脫시장 자본주의 / 경쟁적 이기주의에서 向신앙공동체적 삶이 지금의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최철호목사는 참석자에게 전했다.

▲ 사진 왼쪽부터 최철호 목사, 김영철 목사, 김종일 목사이다. 이들은 공동체를 이루고 다르게 살고 있는 꼭 모습을 나누었다. ⓒ안동석 목사

김종일 목사는 도시에서 예배중심에서 미션중심의 공동체를 지향하며, 공동체교회를 이루며 사는 새로운 교회의 방식을 소개했다. 20명 이상 교인이 모이면 분리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카페와 쉼터 도서관 등의 미션적 공동체가 분리하여 지역을 변화시키며 도구인 조직에 매이지 않는 공생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 실패와 좌절의 경험까지 공유하면서, 건강한 선교적 교회의 비전을 나눌 수 있었다.

뒤돌아 보지 않고 살기로 하다

결코 쉽지 않은 피정적 삶의 방식. 하루 종일 읽기와 듣기와 토론을 통해 그리고 사례분석은, 또한 마음과 생각을 정화시켰다. 쉼의 장소인 피정의 집이, 책과 또 다른 사유로의 여행을 허락해 주었고, 특별히 둘째 날 서로 대화한 종합토론을 통해 참여자들은 각자 삶의 脫과 向을 나누면서, 서로 어렵지만, 쟁기를 손에 든 이상 뒤돌아 보지 않기로 결단하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례자, 이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일꾼의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비록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교회운동의 씨앗이 될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이들을 통해 전혀 새로운 작은교회론이 정립되고, 강단신학을 지배하는 서구적 교리신학과 대형교회를 치장하는 유일한 신학인 교회성장학을 넘어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시장의 맘모니즘을 극복하고, 한국을 포함한 동양의 정서에서 흘러나오는 철학과 영성과 문학이 신학을 구성하는 탈강단신학의 첫발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작은교회아카데미는 내년 봄 두번째 학기때, ‘탈성직’을 연구하고 토론할 것이다. 이번 아카데미에 비추어 볼 때, 분명히 아름답고 알찬 공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 생명평화마당이 주최한 “작은교회아카데미” 제1기 모임이 지난 11월12일!14일까지, 강촌에 있는 “요한 피정의 집”에서 진행되었다. ⓒ안동석 목사

최대광 목사(생평마당 신학위원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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