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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교단 내에도 팽패해 있는 성소수자 목회 반대 목소리

기사승인 2018.09.20  02: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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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하는 학생도 예멘난민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

3년 만에 ‘한국기독교장로회 성윤리 강령’이 채택되었다. 제103회 기장 총회 셋째 날, 전날과 같은 격론을 벌인 끝에 찬성 279표, 반대 128표라는 두 배 이상의 찬반 표결 결과로 통과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기장 내 목회자들도 성소수자 목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었다.

성윤리 강령 채택 반대는 성소수자 목회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

성윤리 강령 채택 반대 측의 주요 논리는 “성윤리라는 명칭이 성소수자를 용인할 여지가 있다.”는 요지였다. 반대 측의 논리대로라면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이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에서 임보라 목사의 성소수자 목회와 인권 옹호 활동을 이단으로 지정한 것에 찬성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발언이 이어지자 총대들 사이에서는 또 논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사안이 지난 제101회 총회부터 충분한 숙의의 과정을 거쳐왔다는 점과 교회 성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 다수의 동의를 얻어 결국 통과된 것이다. 표결 전에 한 회원은 “강령이나 법규의 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문제가 바로 서야 하는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환기시키는 발언을 했다.

▲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목사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성윤리 강령"의 수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3년만에 채택되었다. ⓒ윤병희

‘기장 성윤리 강령’은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며 “성 평등을 향한 우리의 간절함을 담은 성윤리 강령을 제정하여 선포한다”고 취지를 드러낸다. 강령의 목적은 “신앙인으로서 지켜가야 할 근본이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바로 서기 위한 길잡이로 삼”는 것이다. 강령은 이어 사람을 차별함이 없이 대하신다는 로마서 2장 11절 등의 성경적 근거와 10개 항목의 ‘우리의 다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라는 성서 본문의 인용으로 끝맺음하고 있다.

계속 되는 감사 논란

이날 오전에 처리된 안건 중에는 전날 미루어진 사안으로 ‘신학대학원 생활관 증축과 장학기금 확충’ 목적의 기금을 대학의 법정부담전출금으로 전용하여 지출된 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조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해당 심의부서인 법제부는 이날 이 기금에 대해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 안건은 이날 본회의 회무시간에 다루어지지 못해 총회 마지막날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또한 전날 마무리되지 못한 감사보고가 계속되었다. 감사 이향근 장로는 한기장복지재단에 대해 안전공탁금 회수 지적을 해마다 하고 있으나 지적을 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한 총회 회원은 “여러 차례 감사 지적을 해도 시정되지 않을 때는 어떤 조치와 대책이 필요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향근 장로는 “감사는 지적하는 역할이지 시정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며 총회 회의진행의 미숙함을 에둘러 표시했다. 이재천 총무는 “살피지 못해 죄송하다. 꼼꼼히 챙겨서 이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식하는 학생도 예멘난민도 관심 밖

감사보고를 마무리짓고 산적한 미처리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일정을 추가했다. 오후 7시에 속회하기로 한 것이다. 총회 셋째 날의 예정된 일정은 오전 회무를 마치고 제주4.3 평화공원으로 이동하여 제주4.3 70주년 연합예배를 하고 이후로 이른바 “제주 선교 110주년 기념 전도기행”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저녁 7시, 속회하기로 하였으나 결국 회무진행이 무산되고 말았다. 의결정족수 부족과 복귀하지 못한 총회장의 공석 때문이다. 부총회장 육순종 목사는 다음 날 9시에 속회할 것을 알리고 이날 일정을 일단락지었다. 회의규칙에 의거 30분을 기다린 후 170여 명의 참석을 확인한 후였다.

한 참석자는 정족수 부족으로 회무 속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총회원들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 하러 왔지 관광하러 왔느냐”고 질책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한신대 만우관 옥상에서 단식 농성 중인 학생과 예멘 난민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도 없다.

“성 소수자 연구위원회 설치” 또 다시 무산되는가

총회는 마지막 날 오전 중에 나머지 산적한 사안들을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맡고 있다.

미결 현안 중에 “성 소수자 연구위원회 설치”와 “교회 내 성폭력 예방과 대책을 위한 헌법 개정”의 안건은 심의부서가 본회의에 “허락” 요청으로, “총무 업무에 대한 중간평가”는 “기각” 요청으로, 그리고 “4.3역사추모주일 제정”의 안건은 심의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평화 순례의 길 사업 추진”에 대한 안건은 심의를 완료했으나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누락되어 있다.

전체 헌의안 중 정의ㆍ평화ㆍ생태 관련 안건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 중에 교회와사회위원회와 평화통일위원회의 기존사업 존속을 포함하여 “총회 사회선교사 제도 시행”, “재개발 활동 백서 발간”, 그리고 한반도 화해평화의 시대에 부응하는 “남북 평화통일 공동기도회 개최”의 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대의견 없이 의결되었다.

그러나 “평화 순례의 길 사업 추진”의 안건은 본회의 보고가 누락되는 사태가 생겼다. 보고 자체가 누락된 것이다. ‘평화 순례의 길 사업’은 휴전선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순례의 길을 찾고 순례길 부근의 교회들을 기점으로 삼아 ‘평화 순례의 길’을 개척하자는 제안이다. 이 사업은 오래 전부터 구상되었으며 올해 급격히 반전한 한반도 평화 정국을 반영하여 야심차게 추진할 사업이라고 전해진다.

관례적으로 총회 마지막 날은 총회 참석 총대들이 복귀를 서둘렀던 터라 정족수 미달 사태가 일어났었다. 처리 안건을 논의하지 못하고 끝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다시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성 소수자 연구위원회 설치”와 “교회 내 성폭력 예방과 대책을 위한 헌법 개정”은 연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임보라 목사 이단 시비에 대한 대응은 고사하고 타교단에 비해 교회 내 성폭력 대응 방안이나 성소수자 목회에 대한 교단적 준비가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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