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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어떤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기사승인 2018.09.19  02: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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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학원 이사회와 한기장복지재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103회 기장총회 이튿날은 94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한국을 찾은 독일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교수의 특강으로 시작되었다. 몰트만 교수는 한국신학대학 시절부터 한신대학교와 이어 온 인연과 한국의 민중신학을 서구 신학계에 알려 신학적 충격을 준 공을 인정받아 명예신학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103회 총회 아침 특강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진실만이 평화와 희망을 만들어낸다

몰트만 교수는 아침 특강 주제를 ‘화해-평화-희망’에 맞춰 진행해 갔다. 몰트만 교수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3번의 화해사건을 언급했다. 즉 전후 프랑스와 독일(1962), 독일과 폴란드(1970) 그리고 서독과 동독의 화해(1989-1990)임을 지적했다. 몰트만 교수는 이러한 역사적 예를 들며 남과 북의 화해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94세의 고령에도 한국을 찾은 몰트만 교수가 기장 총회에 참석, 아침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이 유르겐 몰트만 교수, 왼쪽은 통역을 맡은 박종화 목사. ⓒ윤병희

계속해서 몰트만 교수는 화해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화해가 인간이 요구할 수도 살수도 강요할수도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화해의 과정은(정치적이든, 개인적이든) 4단계가 있다고 하며, 1. 진실, 2. 죄책의 용서, 3. 회개, 4. 화해의 삶(몰트만 신학적 의미로는 희망의 삶)이라는 것이다.

몰트만 교수는 또한 진실만이 증오와 불안에서 자유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진실 속에서 죄는 하나님만 용서하실 수 있고 죄책은 인간이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세 번째 단계인 회개에 대해서 몰트만 교수는 회개는 새 출발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적대관계가 사라지면 남는것은 다름이라는 다양성이라고 언급해 많은 감명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큐메니칼 운동은 화해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에큐메니칼 운동의 중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몰트만 교수는 화해된 삶은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몰트만 교수는 평화에 관해 언급했다. 평화는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폭력을 없애고 정의를 세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한 멈추지 않는 것이 평화라고 밝히며 평화는 폭력의 부재가 아니라, 정의의 현존이라고 주장했다.

몰트만 교수의 특강을 접한 한 총회 참석자는 “94살의 몰트만 교수의 음성은 작았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이야기했다.

갑론을박 양성평등위원회 헌의안

아침 특강에 이어 오전에 총회임원 이취임예식이 진행되었으며, 회무처리에서 격돌이 예상된 안건 중 대부분이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고 밤 10시가 되어 시간에 쫓겨 다음 날로 미루고 정회되었다.

특히 현안 중 먼저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올린 5건의 헌의안 가운데 “성폭력 예방을 위한 의무교육”과 “성폭력대책위원회 구성”은 무리없이 통과되었으나 “인권센터 설치”는 기각되었고 “교회 내 성폭력 범죄 예방과 대책을 위한 헌법 개정”은 이날 시간 부족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밤 늦게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격돌한 안건은 교회와사회위원회가 헌의한 “총회 성윤리 강령 채택”의 건이었다. 심의부에서 허락 청원으로 본회의에 오른 이 안건에 대한 찬반은 팽팽했다. 반대의 논리 중에는 “양성평등과 성평등은 차원이 다르다. 성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은 수간까지 인정하는 것”이라는 발언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의견 대립으로 팽팽히 맞서다가 표결에 붙여져 찬성 112표, 반대 48표를 얻어 통과가 선포되기에 이르렀으나 표결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로 표결이 무효 처리되고 다음날로 미루게 되었다. 절차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회의법에 따라 반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점과 표결 전에 정족수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윤리 강령 채택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무효 처리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찬성표가 반대보다 두배 이상 나왔다는 것에 다음날에 이어질 의결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성폭력대책위원회 구성”을 발의한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이혜진 목사는 이 헌의안의 승인에 대해 “당연하다”면서 “나머지 것 모두가 다 통과되어야 비로소 타교단의 수준에 맞춰질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 성윤리 강령 채택에 찬성 거수한 총대들 ⓒ윤병희

이에 앞서 “한신대학원 기숙사 건축을 위한 대책 마련”에 관한 사안은 기금 유용 여부에 대한 응답이 앞서야 한다는 이유로 의결을 다음날로 미루었다.

이같이 밤늦게까지 안건 처리가 진행된 것은 오전에 신임 총회임원 이취임식 등의 기념행사가 길어지면서 일정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총회의 주요 사안으로 위원회 보고가 시작된 것은 오전 11시 50분 무렵이었다.

총무에 대한 질의와 비판 이어져 과열

이어진 위원회 보고 중 특히 시간을 많이 할애한 사안은 감사보고 부분이었다. 감사보고 중 이재천 총무에 대한 서울노회의 질의에 대한 감사 결과에 대해 총회 회원들의 격론이 벌어졌다.

먼저 총무가 청년캠프사업을 진행한 것은 총회의 결의가 없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지만, 청년캠프 예산집행에 대해서는 부당하지 않다는 감사결과다. 그러나 예산집행한 기금으로 ‘총회안전기금’의 성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한 총회 회원은 “안전기금은 총무의 비자금이 아니다”며 통렬한 지적을 하자 회의장 곳곳에서 ‘옳소’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나왔다.

총무의 보고는 오후 회무시간에 이어졌다. 총무는 작년 총회에서 했던 것처럼 PPT 영상물을 통해 기장의 교회와 교인 및 총대수의 동반 축소 현황을 발표하고 기획사업국을 설치하여 재정자립총회 및 선교지원총회로 변화해야 햐며 총회가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총회 회원들의 반응은 “총무보고가 아니라 기장교단의 컨설팅 보고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총회 회원들 다수는 총무가 보고한 영상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며 “총무에게 부여되지 않은 일”이라고 질책했다.

한 회원은 총무에게 “위원회나 회의 때 총무의 참석이 부진했다는데 사실이냐?”고 직설적으로 묻기도 했다. 총무는 자신이 “절차에 익숙하지 못하며 소통이 부족한 점을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뜨거운 감자, 한신학원 이사회와 한기장복지재단

이 밖에 논란이 된 것은 한신학원 이사회 보고와 한기장복지재단의 정관개정 부분이었다. 먼저 한신학원 김일원 이사장은 한신학원 이사회의 구성이 늦어진 사유를 보고했으나 ‘한신대학교개혁발전 특별위원회’가 헌의한 “한신학원 이사  1노회 1인 구성을 위한 조치” 헌의안의 통과를 바라는 여론을 막지는 못했다.

▲ 한기장복지재단 정관 개정에 반대하며 사무국장 사퇴를 촉구하는 팻말을 든 한 참석자 ⓒ윤병희

한편 한기장복지재단은 총회의 의결없이 자체적으로 개정한 정관을 보고하자 총회는 이를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개정 정관이 총회와 총무의 역할을 삭제해 총회와 관계없는 기구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한 총회 회원은 한기장복지재단 사무국장의 전횡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무국장의 사퇴를 명기한 손팻말을 펼쳐들기도 했다.

이날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성 소수자 연구위원회 설치’에 대한 안건과 ‘총무업무에 대한 중간평가’의 안건 등은 모두 다음날 회무로 미루어졌다.

기장 총회, 어떤 희망을 보여줄 것인가

오전에는 전날 선출된 김충섭 총회장이 새 임원으로 서기 강연홍 목사, 부서기 조정애 목사, 회계 김형배 장로, 부회계 장성수 장로를 선임하고 제103회기 총회에 공식 서약으로 취임했다.

19일 점심에는 제주4.3평화공원으로 이동해 이후 ‘제주4.3’ 70주년 기념 예배와 “전도여행”이 예정되어 있어 오전 중에 논란이 예상되는 안건들이 모두 처리 가능할지 의문이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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