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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제국과 반가부장 - Q복음서의 하나님의 나라 2

기사승인 2018.03.18  00: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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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제국의 눈으로 읽는 Q복음서 4

제국 비평(empire criticism)의 관점으로 Q복음서를 읽고 있다. Q복음서에 선포된 하나님 나라는 제국과 다른 길을 걸어가며 제국과 대립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와 제국의 대결을 고려할 때 나라가 집(가족, 가문)과 맺고 있는 상관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Q복음서의 말씀을 보면 ‘나라’와 ‘집(가족)’은 서로 대응될 수 있는 관계에 있다. 바알세불 논쟁 때 예수는 적대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하는 것들을 알고서 그가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스스로 나누어진 나라마다 황폐해지고, 
스스로 갈라진 집마다 서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단이 스스로 갈라지면 어떻게 그의 나라가 서겠느냐? 그러므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내가 귀신을 쫓아내면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에게 왔다. (Q11:17-20)”

본문의 바알세불은 어떤 존재일까? 로빈슨(J. M. Robinson)은 바알세불이 에그론의 블레셋 신 “바알세붑”(Baal zebub)을 희화하여 “변의 신”(lord of dung)을 뜻하는 바알세불(Beel-zebul)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하였다(J. M. Robinson, 2009, 211). 예레미아스(J. Jeremias)는 βεελζεβούλ이 주인을 의미하는 아람어 Beel과 집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zebul로 분해하여 지주(οικοδεσπότης, 집주인, 그리고 가부장이다)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J. Jeremias, 1992, 27). 거라사 광인 이야기에서 귀신이 로마의 군대레기온을 가리켰던 것처럼, 바알세불 논쟁에서 암시된 바 사탄의 비밀은 그가 “지주”(집주인, 그리고 가부장)라는 것에 있다. 그리고 집주인/가부장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가 바로 황제였다.

▲ 논쟁하는 예수와 바리새인

예수는 위의 말씀에서 나라와 집을 평행적으로 비교한다(“나라마다/집마다”). 당시 로마의 사회 제도는 도시 공동체(πολιτεία), 가족 공동체(οἰκονομία), 자발적 친교 공동체(κοινωνία)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로마 사회는 황제가 ‘가(부)장’(家長, pater familias)이 되는 거시적 망상 조직이었다. 나라란 확대된 가족이고 가족이란 확대된 나라였다(D. Tidball, 1993, 107-108). 그래서 ‘국가’(國家)라는 용어가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나라-가족)에게는 ‘국부’(國父)가 있었다. 이 때의 나라와 집은 모두 가부장적 존재가 지배하는 가부장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로마 제국은 미시적 가부장제와 거시적 가부장제가 결합되어 있는 형태였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이러한 맥락에서 Q복음서에 있는 예수의 가부장적 가족 비판의 메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Q12:49-53을 보자.

Q12: 49-53 내가 땅에 불을 던지러 왔다. 그런데 그것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요내가 땅에 평화를 던지러 온 줄 생각하느냐? 나는 평화가 아니라 검을 던지러 왔다 내가 아들을 아버지와, 그리고 딸을 그의 어머니와, 그리고 며느리를 그의 시어머니와 분쟁하게 하려고 왔기 때문이다.

발란타시스(R. Valantasis)는 위의 본문의 말씀을 새로운 하나님의 바실레이아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옛 제국이 파괴되어야 함을 역설하는 강력한 말씀으로 이해한다. 그는 이 말씀이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로마의 평화(pax romana)에 대한 비판 구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예수가 시작했던 신적인 제국은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분열, 투쟁, 전쟁, 파괴를 가져온다”고 말한다(R. Valantasis, 2005, 172). 예수는 로마의 평화를 긍정하는 분이 아니라 제국이 지배하는 땅에 불과 칼을 던지는 분이다.

그런데 예수는 이 말씀을 하면서 Q12:53에서는 가족의 분열을 말한다. 예수 운동의 핵심적인 면모중 하나는 그 운동이 반-가족 운동이라는 것이다. 예수가 반대한 가족은 아버지가 우두머리가 되어 윗세대가 아래 세대를 지배하는 그러한 가부장적 가족이었다. 예수가 던진 불과 칼은 아들이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분쟁하게 한다. 이러한 가부장적 가족을 해체시키는 작업은 제국을 밑바탕에서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Q복음서에는 가족에 적대적인 말씀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Q9:57-58 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어디로 떠나가시든지 나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는 굴들을 가지고 있고, 공중의 새도 보금자리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인자)은 머리를 기울일 곳을 가지고 있지 않다.”
Q9:59-60 그러자 다른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주여! 제가 먼저 떠나가서 제 아버지를 매장하는 것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러자 그가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르라. 그리고 그들의 죽은 자들을 매장하는 죽은 자들을 떠나라”
Q14:26-27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미워하지 아니하는 자마다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아들과 딸을 미워하지 않는 자마다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마다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다.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머리 둘 곳 없이 산다는 것, 즉 집 없이 산다는 것을 뜻한다(Q9:58). 방랑의 삶 자체가 집과 가족을 떠난 탈-가족의 삶이다. 이는 동시에 탈-가부장의 삶인 것이다. 호슬리(R. A. Horsley)는 Q9:57-58에서 정치적 맥락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육식 동물인 여우나 공중의 새가 긍정적인 동물이 아님을 지적한다.

호슬리는 여우나 새가 당대의 정치 지도자들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여우는 헤롯 안티파스를 암시하고, 공중의 새는 로마의 상징인 독수리를 암시한다(R. A. Horsley and J. A. Draper, 1999, 240).그들은 가족을 소유하고 있으며, 집주인/지주의 노릇을 하고 있으며, 상류층에 속하여 가부장적으로 지배하고 다스리고 있다.

그에 비해 예수의 삶은 머리를 기울일 곳도 없는 방랑의 삶이다. 정처 없이 떠돌고 방랑하는 삶은 제국의 포섭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길이다. 예수는 부친의 매장에 대한 요청을 거부한다. 예수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을 미워하라고 가르친다. 탈-가족적, 탈-가부장적 메시지를 전한다.

이러한 반-가부장적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십자가 말씀과 통한다. Q14:27은 제자도의 중요한 일면을 드러내고 있다. 예수는 가족을 미워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라고 강권했다. 십자가가 로마의 처형도구, 그것도 주로 정치범들의 처형도구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슐라터(A. Schlatter, 1963, 350-351)와 헹엘(M. Hengel, 1961, 265-266)은 Q14:27이 젤롯(Zealot)에게서 사용되는 구절이라고 해석했다. 헤어(D. Hare)는 예수가 이 구절로 더불어 그의 추종자들이 혁명을 위한 “게릴라(guerrilar)”가 되기를 바랬다고 해석했다(D. R. A. Hare, 1993, 117).

제자도의 핵심은 반-가족이다. 제자도의 핵심은 또한 십자가다. 십자가의 핵심은 반-제국주의적 삶이다. 반가족과 반제국은 이렇게 만난다. 십자가의 제자도는 예수를 따라 가부장적 집과 가족을 벗어나 반제국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을 제외한 인간 가장이 없는 그러한 가족이다. 위로 인간 아버지를 두지 않고, 스스로 아래로 인간 자녀를 두지 않고 모두가 형제인 그런 가족이며 그런 나라이다. “땅에 있는 자를 아버지라 하지 말라 너희의 아버지는 한 분이시니 곧 하늘에 계신이시니라”(마23:9)는 말씀이나 “너희는 다 형제니라”(마23:8)는 말씀은 이런 가족을 잘 표현해 준다. 

하나님의 나라는 새로운 가족이다. 이 새로운 가족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은 인간 가부장이나 황제처럼 권위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한없는 돌봄을 베푸시는 한 없이 자비로운 어머니 같은 아버지이시다. 하나님의 나라라는 새로운 가족은 그런 어머니 같은 아버지 아래에서 모두가 형제 자매가 되어 살아가는 그런 반제국적 반가부장적 국가(나라-가족)이다.

 

참고문헌

Hare, D. R. A., Matthew. Louisville: John Knox Press, 1993.
Hengel, M., Die Zeloten. Leiden: E. J. Brill, 1961.  
Horsley, R. A. and J. A. Draper, Whoever Hears You Hears Me: Prophets, Performance, and Tradition in Q. Harrisburg, Pennsylvania, Trinity Press International, 1999.  
Jeremias, J., 『신약신학』, 정광욱 역. 서울: 도서출판 엠마오, 1992.  
Robinson, J. M., 『예수의 복음』, 소기천, 송일 역.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9.
Schlatter, A., Der Evangelist Matthäus.  Stuttgart: Calwer, 1963. 
Tidball, D., 『신약성서 사회학 입문』, 김재성 역.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3. 
Valantasis, R., The New Q: A Fresh Translation with Commentary. New York, London: T&T Clark, 2005.

김재현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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