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떼제공동체, 기도와 함께 그리스도의 평화를 향한 다양한 실천들

기사승인 2018.03.08  07:23:34

공유
default_news_ad1

- 2017년 떼제 순례단

일 년에 한 번씩 매년 말에 열리는 떼제유럽미팅에 한국의 개신교 가톨릭 연합 순례단이 참가한지 2년째가 되었다. 2016년엔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열렸고, 2017년엔 스위스의 바젤에서 열렸다. 사전 교육에 참석한 청년들만 순례단에 참가할 수 있지만, 뒤늦게 순례단 참석을 결정한 나는 사전 교육엔 참여하진 못했다. 다행히 2011년 떼제의 경험이 있었던 탓에 인솔자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순례단의 일정은 떼제 공동체에서 성탄절을 보내고, 유럽미팅 장소인 바젤로 향하는 것이다. 12월18일, 가톨릭, 개신교 청년들과 인솔자로 이루어진 14명의 순례단이 인천공항을 출발하면서 일정은 시작되었다. 이번 순례단에 참여한 대부분의 청년들은 떼제 공동체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주 단편적인 경험만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가톨릭과 개신교의 여러 교단에서 모인 모임은 처음인 참가자가 많았다. 그런데도 교단과 교파를 넘어선 모임이 불편하지 않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신앙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기도하는 것을 떼제의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떼제에서의 생활은 기도와 말씀, 노동이 반복되는 단순한 일상이다. 대림절 마지막 주에 떼제에 머물렀던 순례단은 떼제 공동체와 함께 성탄을 맞았다. 대림절 기간에 교회들은 요셉과 마리아의 여정을 보여주는 인형을 비치하곤 하는데, 2017년 떼제 공동체에서는 수단과 남수단의 난민으로 부터 영감을 받아 시설물을 제작하였다. 요셉과 마리아, 목동 등 등장인물은 수단 민족의 모습으로 묘사 되었고, 장식을 위한 천막이나 물통 등은 UN의 난민보호물자를 사용하였다.

▲ 대림절 기간에 교회들은 요셉과 마리아의 여정을 보여주는 인형을 비치하곤 하는데, 2017년 떼제 공동체에서는 수단과 남수단의 난민으로 부터 영감을 받아 시설물을 제작하였다. ⓒ박병철 목사

한국인 떼제 수사인 신한열 수사로부터 떼제 공동체가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그동안 들인 노력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라크, 소말리아, 우간다, 수단 등 많은 국가로부터 난민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시도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그 중에는 프랑스에 잘 정착해서 가정을 꾸린 이들도 있고,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거나 법적 절차의 이유로 쫓겨난 이들도 있었다. 특히 쫓겨난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 슬픈 결말을 맞게 된 이야기는 난민들의 절망적 삶을 실감케 했다.

지난 해는 떼제 공동체가 수단에서 온 청년 난민들의 정착을 도왔던 시기이다. 난민들의 닫힌 마음이 열리기까지 차분히 기다린 수사들의 성실한 관심과 노력은 그들이 유럽의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왔다. 아프리카 난민이 낯선 곳에 적응하고, 함께 기도 드리기까지의 과정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보여준 기적과 같은 이야기였다.

떼제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아름다운 선율로 드리는 기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신한열 수사는 떼제 공동체의 이 부분만 소개된 점을 아쉬워하였다. 신앙과 삶이 동반 되어야 하듯, 기도와 삶도 함께하는 것이다. 많이 소개 되지는 않았지만 떼제 공동체는 기도와 함께 그리스도의 평화를 향한 다양한 실천들을 이어 왔다.

오늘날 유럽인들은 교회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고 한다. 교회가 교회로서 역할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난민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교회나 수도 공동체의 노력은 이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갈 시켜준 기쁜 소식이었다. 지역 이웃들로부터 ‘이제야 교회가 제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가도 있었다고 한다. 과부와 고아, 노인들, 가난하고 힘없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에 대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었다.

성탄 전야에 구유에 놓일 아기 예수님은 수단 난민들의 손에 안겨져 안치 되었다. 그 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찬양을 하였고, 돌아가며 수단 가족들을 위해 인사를 하거나 서로를 안아 주었다. 수단 난민의 검은 피부 사이로 반짝이는 맑은 눈망울과 하얀 미소는 프랑스 시골 마을의 어두운 밤과 대비되어 강한 인상을 주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때의 뭉클함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 성탄 전야에 구유에 놓일 아기 예수님은 수단 난민들의 손에 안겨져 안치 되었다. ⓒ박병철 목사

떼제 수사들은 난민을 맞이하는 일 외에도, 분쟁지역이나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들에게 다가가 함께 기도하는 일들을 오랫동안 실천해 왔다. 기도 중에,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들을 기억하고 그들과 연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떼제 공동체의 노력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더욱 강하게 하며, 그리스도로 인해 연결 된 연대의 끈을 놓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게 한다.

떼제에서의 생활은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빵과 버터, 치즈, 차(커피)로 거의 모든 식사를 해결하는 일은 한국인에겐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다. 수도회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생각만큼 여유롭지 않았고 숙소 또한 쾌적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그런데도 이러한 떼제의 생활이 순례단에게 기쁨일수 있었던 것은 매일 드리는 기도와 이곳에서 접하는 여러 소식들(혹은 만남들)이 순례단에게 새로운 기운을 불어 주기 때문이다.

떼제 공동체가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과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그들의 삶에 참여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또한 그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떼제 공동체에서 만난 세계의 여러 청년 또는 방문자들은 떼제 공동체의 이러한 노력을 자신과 분리시키지 않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신앙과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만남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주고 상상하도록 이끌어준다. 기도와 만남 가운데 성령께서 우리를 이끌고 계심을 모두가 체험하고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거룩하게 구별된 곳.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공동체로서 함께 이뤄가는 세상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 떼제 공동체 ⓒ박병철 목사

박병철 1979limp@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