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한신학원 이사회 파행운영이 불러온 비극

기사승인 2017.11.15  03:59:42

공유
default_news_ad1

- 기독교연합회관 입주 단체 항의로 전기 끊어져, 기장총회도 방법 찾지 못해

한신대 신학과 김윤규, 김창주, 류장현, 박경철, 이영미 교수가 11월14일 오후8시 한신대 신학과 학생들과 신학대학원 원우들 6명이 한신학원 이사회 파행운영으로 빚어진 문제로 단식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찾았다. 그리고 류장현, 박경철, 이영미 교수는 함께 단식에 돌입했다.

먼저 박경철 교수가 제자들에게 편지글을 낭독했다. 그리고 한신대 신학과 재학생 33명의 자퇴서를 정동준 학생에게 돌려주었다.

▲ 한신대 박경철 교수가 정동준 학생에게 한신대 재학생 33명이 낸 자퇴서를 돌려주고 있다. ⓒ에큐메니안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한신대 자랑을 너무 많이 들어서 왔습니다.”

아직 고등학생의 티를 채 벗지 않았던 한신대 입시 면접날 너희들을 처음 만났을 때, 너희가 우리 선생들에게 했던 말이다. 아직 신학이 무언지, 한신의 신학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기장 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왔던 너희는 다소 긴장돼 움츠린 몸짓이었지만, 막연한 듯 한신에 대한 동경의 티 없이 맑았던 너희들의 눈빛만큼은 또렷이 기억할 수 있다.

한신 신학에 입학해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며 강의실에서, 채플에서, 신앙수련회에서 너희들과 나눴던 신앙과 신학의 수많은 진지했던 질문과 토론의 시간들을 기억한다. 종종 연구실로 찾아와 보여주었던 너희들의 고민과 희망들을 기억한다. 때론 임마누엘 교정을 걸으며 사제의 정을 나누었던 날들도 있었지.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자신만의 신학의 세부 전공까지 고민하며 새로운 진로를 꿈꾸던 너희들이다.

그랬던 너희들 33명이 선생들에게 내민 것은 자퇴서였다. 선생이 할 수 있는 말은 “안 된다. 받을 수 없다”뿐 이었다. 그리고 이제 너희들은 얼어붙어 가는 길바닥으로 내몰려 “곡기를 끊으며 한신을 외친다.” 선생들이 해 준 말이 없어서, 너희가 선생들에게 들은 말이 없어서, 너희가 이다지도 모질게 외치는구나.

돌이켜보면 너희의 외침은 너희가 동경했던 한신 신학이었고, 너희가 믿는 것은 너희가 배운 한신 신학이었다. 비록 너희가 스승들을 직접 비난하지 않아도, 너희의 배움과 외침은 우리 선생들의 가르침이었다. 우리 선생들 역시 우리의 스승들로부터 배웠던 한신의 신학이었고 자랑스럽게 너희들에게 가르쳤던 한신의 신학이었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너희가 동경했던 그 한신 신학을! 너희가 품어왔던 자랑스러운 한신 신학을! 너희들의 꿈이다. 그리고 너희가 이어가고 새롭게 펼쳐나갈 한신 신학의 길이다.

그런데 왜, 이 추운 길바닥에서 너희가 ‘곡기를 끊으며 한신을 외치는가!’ 보이지 않는 한신, 어딘가로 숨어버린 한신, 들리지 않는 한신을 왜, 너희가 이토록 힘들게 찾아 나서도록 누가 너희를 이 얼어붙은 길바닥으로 굶주림으로 내몰아쳤는가!

떨리는 손으로 다시 너희 것을 돌려준다. 너희가 우리에게 냈던 자퇴서다. 서명하지 못했다. 또한 너희의 요구도 담아내지 못한 빈 자퇴서다. 비록 지금은 한 줄도 채우지 못하고 되돌린다. 너희가 채울 것은 자퇴서가 아니다. 스승들이 채울 것도 서명이 아니다. 너희의 꿈과 희망, 너희의 배움과 우리 선생들의 가르침이 함께 채워 나갈 것은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다. 한신 신학이다.

미안하다. 비록 늦었지만 용서해다오. 부디 너희들의 배움의 자리로 돌아가 다오. 너희가 배웠던, 아니 더 배우고 더 찾아야 할 한신 신학의 자리로 돌아가 다오. 이 자리는 우리 선생들의 몫이다. 너희 외침의 자리는 우리 선생들이 가르쳐야 할 자리다. 너희 배움의 굶주림은 우리 선생들이 배불리게 할 몫이다. 너희들의 정의를 향한 외침을 우리 선생들은 돌 판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 판에 새길 것이다. 너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너희와 함께 정의, 생명, 평화의 한신 신학의 길을 함께 걸을 것이다.

2017년 11월 14일
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김윤규, 김창주, 류장현, 박경철(신학과 학과장, 신학대학 학부장 사퇴),
이영미(신학대학원 국제교류원 협력 실장 사퇴)

이어 참여한 교수들이 단식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들을 전했다. 발언한 순서대로 옮겼다.

김윤규 교수(실천신학): “마음이 아프면 창자가 끊어진다고 하는데 이게 애간장이 끊어진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고 박경철 교수를 비롯한 못난 우리들이 여러분들이 다시 신학의 장으로 삶의 장으로 하나님의 일꾼의 장으로 돌아가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아픔 속에서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앞으로 선생으로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창주 교수(구약학):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고 이렇게 좌불안석, 무기력할 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찬바람 맞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교수들이 학생들의 자리에,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길거리가 아니고 교실이고 도서관입니다.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 선생들이 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내 학생들이 여기에 있기에 우리도 함께 하고자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 자리에 있도록 머물도록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 학생들이 내 학생들이 원래의 그 자리로 되돌아 가도록 그 일을 하려고 왔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 아닙니다. 부디 한시 바삐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그 일의 한 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한신대 신학과 교수들이 학생들과 함께 단식하기 위해 천막농성장을 찾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영미 교수, 류장현 교수, 김창주 교수, 김윤규 교수, 박경철 교수. ⓒ에큐메니안

류장현 교수(조직신학): “한신에서 강의를 한 적이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지금처럼 강의실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되는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버릇이 생겼는데, 강의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한 숨 한 번 쉬고 심호흡 한 번 하고. 오늘은 여러분을 어떤 표정으로 만날까, 또 오늘은 여러분에게 어떤 말을 할까, 내 강의가 여러분에게 위선으로 들리진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참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어요. 여러분을 여기까지 내몬 것은 선배로서 교수로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강의실로 돌아가십시오. 여러분이 진 그 무거운 짐은 교수들이 지겠습니다. 여러분이 끊은 그 곡기의 자리, 단식의 자리를 우리가 이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교수님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이영미 교수(구약학): “지금 단식을 하고 있는 강토, 동준이, 강토가 단식을 한다는 말을 듣고 그 다음 날부터 피부 트러블이 생겨서 화장은 커녕 로션도 못 바르고 있어요. 밥을 먹으면 명치 끝이 너무 아프고 쓰라리고 몸이 무거워서 걷지도 못하겠고. 그러면서 딱 떠오른 것이 예레미야의 고백이었어요. 내가 하나님이 시킨 것 외칠려고 안 하는데 내 골수가 나를 못 살게 군다. 나는 머릿속으로 학생들이 낸 자퇴서 돌려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뭐지, 학생들이 단식을 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뭐지, 머리로 열심히 굴리는데 내 몸은 머리 굴릴 때가 아니라고 저한테 외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몸이 이기나 머리가 이기나 열심히 싸워봤는데 아직까지는 몸이 이겼어요. 그래서 더 이상 제가 몸에서 외치는 소리를 거절할 수가 없어서 제가 비록 강의는 다녀야 되지만 오늘밤부터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단식에 동참하기로 제 머리가 제 몸한테 졌습니다. 그래서 단식에 동참을 하려고 하구요. 또 하나는 제가 신대원에서 6년 동안 맡고 있던 일 중에 하나가 한국 교회가 한국 신학이 독일이나 미국에서부터 장학금도 많이 받고 사실 저도 미국에서 장학금도 받고 공부도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하나님께 드린 약속이 뭐냐 하면, “한국교회와 신학이 우리처럼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제가 힘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 했던 그 기도 응답에 저는 나름대로는 하나님께서 들어주셨다고 생각하고, 6년 동안 아시아 학생들을 위해서 열심히 기장 교회에서 내주신 장학금으로 신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국제교류협력실장으로 굉장히 열심히 일을 했어요. 이것은 저의 꿈의 일부였고, 제가 한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조그만 공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 내려놓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그 잘난 보직 하나밖에 없어서 미안해요. 그래서 그거 하나만 내려놓았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분들의 자리는 여기가 아니라 도서관과 강의실입니다. 여러분들이 하루 속히 강의실과 도서관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돌아갈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 너무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박경철 교수가 편지를 낭독할 때부터 그리고 교수들의 발언이 이어질 때까지 단식하는 학생들과 함께 기도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은 울음을 참지 못했다. 교수들의 발언이 끝나고 이신효 학생은 대표로 화답을 하며, “그간 한신에 스승이 없다고 한탄했었는데, 오늘 한신에서 참 스승을 만나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라고 해 또 한 번 참석한 모든 이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천막농성장의 분위기는 이렇게 따뜻할 수만은 없다. 당장 내일부터 그간 전기를 공급해 주던 곳이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 입주해 있는 여러 단체들의 항의로 더 이상 전기를 공급해 줄 수가 없이 때문이다. 단식하고 있는 학생들의 위해 사용되어 할 여러 물품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다각도로 방법을 강구하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본부측에도 요청을 해놓았지만 총회측에서는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서 추워지는 일기에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