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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다

기사승인 2017.08.20  16: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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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십 고개에 지리산 고개를 넘으며 (1)

지난 7월 마지막 주간(7.29-7.31) 정말 오랜만에 지리산 종주를 떠났다. 서울 근교 산이나 둘레길 걷기는 자주하는 편이지만, 큰 산을 2박3일 종주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이 우연히 이루어졌다. 등산을 좋아하는 대학 후배들 세 명이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는데 같이 가지는 대학동기(여성)의 권유에 응한 것이다. 버스를 대절하여 토요일 새벽 내려가는 어느 등산회에 합류한 것이다.

그래도 산은 산이더라

정작 갈 때가 되어서 내게 권유한 동기는 사정이 생겨 못가고, 처음 만나는 대학 후배들 셋(남2 여1)과 동행하게 되었다. 종주를 마치면서 명확하게 알게 된 것이지만 자주 등산 간다는 그 후배들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성공적으로 종주를 마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함께 갔던 남자후배 P와 H, 그리고 여자후배 K에게 깊이 감사드린다(후배라지만 80학번인 그들도 50대 후반이다). 

토요일 새벽 6시에 동대문에서 출발하여 종주 출발점인 성삼재에 도착하니 10시 반이 넘었다. 날씨는 약간 흐렸지만 비도 내리지 않고 등산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다. 2.5km 떨어진 노고단을 향하여 올라가는 것으로 지리산 종주는 시작되었다.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산은 산이다. 올라가는데 땀이 물처럼 흐른다. 2박3일 종주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날씨가 가을과 같이 선선했지만 흘린 땀은 내가 일년 흘릴 땀을 다 흘린 것 같았다. 노고단에서 피아골과 만나는 임걸령으로 가는 등산로에서 작년 겨울 생각이 났다.

작년 겨울 피아골에 있는 세계적인 신학자 김용복 박사의 서재인 향토원에서 국제세미나를 마치고 혼자 산행에 나섰다. 아침 8시에 연곡사에서 출발하여 피아골 계곡을 오르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겨울에 혼자 하는 등산이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능선에만 오르면 편하게 갈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것이 오산이었다. 눈이 많이 내려 능선에서는 그 눈이 쌓이게 되면서 등산로가 아예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더구나 다른 등산객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적설경보가 내려 노고단에서 입산 통제를 한 것이다. 11시인데도 사람의 발자국 흔적이 없고, 등산로는 안보이니 이일을 어찌 할 것인가? 아,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조난을 당하는 구나 생각이 들며, 그래도 어림짐작으로 노고단을 향해 걸었다. 1시간을 해매며 걸었을까? 저 뒤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젊은 등산객 셋이 힘차게 나를 앞질러 갔다. 딱 한 팀 만난 등산객이었는데 그들이 나를 구원해 준 구조대처럼 생각되었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렇게 조난당할 뻔 했던 길을 걸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동행자도 셋이 있고 여름 등산길이니 길이 너무나 잘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 생각없이 등산로 따라 걸었겠지만, 눈으로 등산로가 보이지 않던 경험을 한 나에게는 길이 잘 보이는 것 그 자체가 고맙게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하며 무거운 배낭의 무게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수십 번 반복하는 등산여정에 약간의 위로를 얻었다. 임걸령에서 노루목을 지나 뱀사골로 내려가는 화개재를 지나면 토끼봉이 나오고 거기서 오늘의 숙소인 연하천대피소까지가 첫날 여정이었다.

성삼재에서 산길 13km 거리이다. 정말 힘들기는 힘들었다. 더구나 마지막 코스에서 물이 떨어져 고생했다. 500m 두 통에 물을 가득 담았지만 아직도 한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남기고 물을 다 마셔 버린 것이다. 나중에는 후배H의 금사라기 물을 실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첫날 여정이 중요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거의 7시나 다 되어서였다.

무엇보다 샘이 반가워 물을 실컷 마셨다. 하지만 샤워도 세수도 할 수 없으니 수건을 물에 적셔 땀에 절은 얼굴을 문지를 뿐이었다. 그런데 9시면 대피소는 소등이고 내일도 4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떠나야 하므로 서둘러 저녁을 지어 먹었다. 그래도 경험 많은 P와 H가 미리 준비한 삼겹살을 구어 먹으며 힘든 첫날의 노고를 달랠 수 있었다.

김영철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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