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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별' 지향하는 작은 교회, '성 이해'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기사승인 2017.06.15  17: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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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평화마당 월례포럼, <한국적 작은교회론>집필 위한 세미나

생명평화마당 월례 포럼 <한국적 작은 교회론 집필을 위한 세미나>가 13일(화) 서대문 이제홀에서 열렸다 ⓒ에큐메니안

<한국적 작은교회론>의 세 번째 분과, ‘탈성별’팀이 13일(화) 서대문 이제홀에서 열린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박득훈 목사, 방인성 목사, 이정배 교수, 한경호 목사) 월례 포럼에서 발제를 이어갔다. 탈성직, 탈성장 분과에 이어 세 번째 발제다. 포럼은 각 분과별 집필자들이 작성해온 초고를 발제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수정,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탈성별 분과의 필자들은 모두 여성들로 구성됐다. 신학위원장인 이은선 교수를 포함 김정숙 교수(감신대), 정혜전 선생(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박사과정), 안지성 목사(새터교회)가 필자로 참여했다. 필자들은 모두 한국교회에서 여성(女性)성(性)이 새롭게 재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회 지도자의 리더십 : 권력과 권위

김정숙 교수는 첫 발제에서 교회에서 성직자에게 부여되는 특별한 리더십이 한국교회에서는 남성편향적으로 젠더화 됐다고 지적했다. 젠더화된 리더십은 여성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하지 않는 가톨릭 교회와 마찬가지로 남성적 지배원리로 신성화 됐다. 김 교수는 남성화된 권력으로 작동하는 교회 리더십은 전체 한국 교회의 규범적 지도력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여신도들을 비롯한 일반 평신도들이 수용하고 순복해야 할 신적인 권위로서 암묵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복음서의 예수에게서 보이는 권위는 탈성별적 리더십”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써 내려갈 글의 방향성에 대해 “종교기득권자들의 권력이해에 기반을 둔 리더십에 반하는 주변인, 눌린자들의 종교성 가운데 표출된 권위에 관해 쓸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의 교회, 모두의 교회

실제 여성 목회자로서 작은 교회를 이끌고 있는 안지성 목사도 권위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안 목사는 자신이 교회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며 “여성적인 원리라고 생각했던 가치들이 사실은 복음 자체의 원리와 놀랍게도 일치한다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고 했다. 

“목사님. 사실 저 조금 충격받았어요. 지난 번에 다른 분들은 다 차 타고 가고 목사님이랑 전도사님만 지하철 타고 갔잖아요. 보통 교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어떻게 이 교회에서는 목사님이 다 해요? 운전도 하고 예배도 준비하고....다음에는 제가 꼭 목사님은 제 차로 모실께요.”

안 목사가 겪은 이러한 일화는 여성의 지도력이 섬김의 지도력이라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기도 했다. 안 목사는 이러한 ‘섬김’의 리더십이 처음에는 불편하게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불편함을 기꺼이 껴안게 된 후로 또 깨달은 것이 있다. 여성들이 겪는 ‘차이에 의한 차별’이 차별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안 목사는 이러한 여성의 수용성이 ‘옳음’에 기반한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일부 한국 개신교의 행보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안 목사가 전개해 나갈 ‘탈 성별’을 지향하는 한국적 작은교회론도 이러한 여성의 섬김과 수용성에 기반해 있다. 

왼쪽부터 안지성 목사, 이은선 교수, 김정숙 교수, 정혜진 선생 ⓒ에큐메니안

차별을 넘어 평등과 일치로 

정혜진 선생은 남성편향적으로 젠더화된 교회 리더십의 기저에는 잘못된 성서해석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선생은 성서 본문 중에서도 바울의 이름으로 쓰여진 서신들의 몇몇 본문들은 교회 안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성차별이 정당함을 뒷받침해주는 전거로 언급된다고 지적했다. 

정 선생은 이러한 전거로 쓰이는 몇 개의 본문들을 소개하며 “복잡다단하고 역동적인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 성서를 한 두가지 원칙으로 단순화 해버리고 각자 구미에 맞는 구절만을 보고 싶은 것은 우리가 타성에 젖은 탓”이라고 했다. 

특히 “갈라디아서 3장 28절의 ‘차별 폐지 선언’은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이라며 “이에 근거하여 교회의 성평등 담론에서 더 나아가 성소수자 담론도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바램을 전했다. 

性, 몸의 진실된 새 이름과 탈성별

이은선 교수는 탈성별을 지향하는 한국적 작은교회론과 기독론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기독론 중에서도 이 교수는 ‘영(靈)기독론’을 소개하며 한국적 작은교회론은 그리스도의 재림이 계속되는 것을 열어놓는 영기독론과 만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 이유를 이 교수는 ‘예수의 존재가 주는 어려움’에서 찾았다. 예수의 존재가 형이상학화 되고 실체론적으로 굳어져서 그와는 다른 성(性)과 몸인 여성들을 소외시켜왔다는 것이다. 즉, 영(靈)기독론은 남성 예수가 형이상학적으로 그리스도가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여성을 소외시키지 않고 거룩을 독점화 하거나 화석화 시키지 않는 ‘탈성별’의 기독론을 얻기 위해서 결국 ‘몸’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해답을 유교의 몸 이해에서 찾았다.

몸과 관련 있는 단어인 성(性)은 유교에서 거룩하고 초월적이며 인간 속에 내재한 하늘의 현현을 지시하는 언어다. 따라서 우리 몸을 물질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예수의 부활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결코 실체론적이고 유일회적일 수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단 한번 부활한 남성 예수를 상상 하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생물학적인 여남 구분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지금껏 성차별적이었고 비하적이었으며 폭력적이었던 성 이해의 감옥에서 우리는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이제 신체적 차이나 구분을 넘어 각자의 ‘자기결정’의 일로 봐야한다. 이 교수는 “예수의 혁명은 그 자기결정의 신적인 힘이 오직 유대인, 그 중서도 유대인 남성들에게만 있다고 하는 시대의 왜곡을 바로 잡으려 했던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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