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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과 할미꽃

기사승인 2017.03.06  16: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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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소녀상 지킴이 천개의 의자' 행사에서 낭독

지난 3월1일 부산에서 있었던 3.1 평화대회 ‘소녀상 지킴이 천개의 의자’행사에서 박철 목사가 낭독한 시를 게재합니다.

 

ⓒ박철

-지금도 구천을 떠돌고 계실 위안부 할머니들께 이 시를 바칩니다.

한이 맺히고 눈물이 마른 자리에 할미꽃이 피었다고 한다
아픔이 상처를 만들고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들고,
눈물을 만들고, 한을 만들고
그 한 위에 평화 소녀상이 할미꽃처럼 외롭게 서 있다

그 서러움, 그 아픔, 그 눈물, 그 억울함, 그 분노,
그 치떨림, 그 수치, 그 외로움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으랴
굳게 닫은 입술 다소곳이 한 곳을 응시하는 두 눈에는
짐승만도 못한 일본제국주의 침략군에게 당한
감당할 수 없는 치욕과 분노로 눈물이 가득 고여 있구나

인류역사 이래로 이런 야만과 잔인무도한 행위가 또 있었겠는가
일제의 야망은 발정 난 수캐모양 이땅의 수많은 소녀들을 끌고 가
유린하고 짓밟고 강간하고 성노리개감으로 삼았다
바로 그 소녀들이 나의 어머니였고 누이였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노라

온몸과 정신이 넝마처럼 갈기갈기 찢기고 짓이겨져서
더 이상 성한데 한 곳 없이 망가지고 병들었지만
한반도 이 땅은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다
저들의 아픔을 품어주지 못했다

이들의 어머니 아버지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생각만해도 끔직한 일이다
나라도 배신하고
고향도 외면하고
온 산천초목도 이들을 버렸구나

참으로 야속하고 기구한 운명이
아리랑 고개처럼 넘고 넘어도 끝이 없는 고갯길, 아니 고생길
병든 육신이 한이 되어 삼천리 방방곡곡 떠돌아 다녔구나

한이 맺히고 눈물이 마른자리에 할미꽃이 피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겠다

그런데도 이땅의 친일 장사꾼들은 여전히
수지타산을 따지며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구나
민족의 자존감을 깡그리 무시하고
한일위안부 합의라는 도장을 지 마음대로 찍고
알량하게 돈 몇 푼 받아 그것으로 매듭지으려는 개수작을 시도했구나

하늘이 노하고 땅이 노할 짓을 저질러 놓고도
친일 앞잡이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마치 이땅에서 일본놈 행세를 한다

이 모든 일은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광복군들을 토벌 하는데 앞장섰던
일본군 소좌 출신 다카기 마사오가
이 나라 대통령이 되고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이땅에서 친일잔재와
박정희 망령을 몰아내야 한다
그의 딸 박근혜가 저질러 놓은 모든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이 민족의 존엄성이 짓밟히도록 내버려 둘 순 없다
반인륜범죄의 죄악상을 대강 눈가림으로 덮을 순 없다

나의 어머니 나의 누이가 당한 그 아픔과 치욕을
저잣거리 싸구려 물건처럼 흥정판에 끼어놓지 마라
저들은 우리 민족의 아름답고 고귀한 영혼이다
저들은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상처이며 숨결이다
저들은 우리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들이다

더 이상 시민들의 성금으로 세운 소녀상을 욕되게 하지 마라
더 이상 나의 어머니 나의 누이들 눈에 눈물을 고이지 말게 하라
더 이상 나의 어머니 나의 누이들의 아픈 상처를 들쑤셔 덧나게 하지 마라

한일위안부 합의문서는 당장 찢어버려라
일본에게 받은 돈은 당장 돌려줘라
우리는 끝까지 일본의 천인공노할 짓에 저항하고 규탄 할 것이며
응분의 대가를 받아내고 말 것이다

촛불민심을 통하여 국민들이 각성하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불의 앞에 주춤거리지 않을 것이다
비뚤어지고 잘못된 이 나라를 바로 세울 것이다
그리하여 촛불민심이 시민혁명의 완성을 이루어내고
우리는 끝까지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낼 것이다

시를 낭독하고 있는 박철 목사 ⓒ박철

박철 목사 (좁은길교회, 시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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