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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이야기

기사승인 2016.10.26  15: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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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니어그램 이야기>

빈센트반고흐 자화상.

Ⅰ. 들어가며

폴 틸리히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어떤 힘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고 말한다. 그 힘은 바로 바울이 자신에게서 발견했던 힘이며 우리들 안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 힘을 기독교에서는 ‘죄’라고 부른다. 우리 안에 부정적인 힘이 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데 그 힘에 의해 휘둘리면서 존재가 훼손되고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로 이어진다.

성경에 죄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비유가 나온다. 누가복음 6장 41~42절에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말씀이 있다. 우리는 상대방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쉽게 보면서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잘못은 쉽게 깨닫지 못한다. 마태복음 18장 21~35절에서는 죄를 빚에 비유하고 있다.

1만 달란트의 빚을 탕감 받은 종이 동료에게 100데나리온 밖에 안 되는 빚을 갚으라고 한다. 내가 바로 1만 달란트의 중죄를 짓고는 100데나리온 밖에 안 되는 상대방의 잘못을 탓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용서받은 1만 달란트의 죄를 기억한다면 상대방이 지은 100데나리온의 죄 정도는 쉽게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마태복음 18장 7절에는 누군가를 실족하게 하는 일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세상에 화가 있다고 했다. 나로 말미암아 누군가가 실족하고 세상이 어지러워진다면, 그래서 그 화가 도로 나에게 미치게 된다면, 내가 누군가를 실족하게 하는 일을 나 몰라라 하면서 가볍게 여길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꿈꾸지만,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나도 모르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꼬이고 문제가 발생하고 사건이 벌어진다. 에니어그램에서는 그 힘을 격정이라고 설명한다. 격정이라는 힘에 의해 세상이 휘둘리면서 소용돌이와 같은 혼란에 빠진다. 그 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시하기 위해 격정이란 무엇인지, 왜 격정을 발견해야 하는지, 격정을 어떻게 발견하는지, 격정을 발견한 후 경험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Ⅱ. 격정이란?

1. 격정과 성격

격정은 우리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역동하면서 의식되지 않는 정서와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우리는 꼭두각시가 줄에 의해 움직이듯, 격정에 의해 똑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습관적인 삶을 살아간다. 즉, 격정이 그 사람만의 기계적인 특성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격정에 의해 어떤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기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성격은 개인의 독특한 특징이다. 성격은 바로 그 사람을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그 사람 전체를 설명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에게서 반복되는 말과 행동을 통해 쉽게 성격이 관찰되는데, 성격이라는 기계적 특징을 결정짓는 게 바로 격정이다. 성격이라는 기계적인 틀이 격정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성격을 통해 격정이 드러난다고 말할 수 있다.

2. 격정과 상처

어린 시절 양육되는 과정 속에서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 아프기 때문에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상처받은 영혼은 내면의 고통을 피하려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환경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찾게 된다. 자신만의 방어와 전략이 더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 갈수록 본질과의 연결을 잃어버리고 상처받은 영혼은 깊은 불안을 갖게 되는데 그것이 아홉 가지 격정으로 나타난다.

에니어그램은 아동이 부모와 가질 수 있는 아홉 가지의 가능한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모와 맺었던 관계의 방식으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동일하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에니어그램의 아홉 가지 성격 유형은 아홉 가지의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며, 아홉 가지의 ‘다른 관점’이며, 아홉 가지의 ‘존재의 형태’로서 아홉 가지의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아홉 가지 생존전략 중 자신이 찾아낸 한 가지 생존전략은 만 6세를 전후해 자신의 성격 유형으로 고착되고 그 이후 계속 그 사람의 특성으로 남아있게 된다.

과거의 상처로부터 비롯된 격정은, 아물지 않은 상처와 함께 무의식 깊은 곳에 묻힌다. 그리고 어느 날, 어느 누군가에 의해 그 상처가 건드려지면 무의식적으로 격정이 표면으로 떠오른다. 이와 같이 어린 시절 상처가 의식에서는 이미 잊혀졌지만, 무의식 속에 각인된 채로 계속 남아 있어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 아픈 상처가 의식되지 않은 채로 우리의 의식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상처로 말미암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작용하는 내면의 무의식적인 충동이 바로 격정이다.

3. 격정과 죄

에니어그램에서는 유형별로 격정을 알려준다. 유형별 아홉 가지 격정 중 일곱 가지는 기독교전통이 전해준 죽음에 이르는 일곱 죄와 일치한다. 이는 자신의 에니어그램 유형이 곧 죄의 유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키에르케고르는 죄가 어떻게 규정되는가는 참회의 규정에 있어서 결정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격정이 죄라는 걸 받아들일 때 참회의 차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니어그램에서의 아홉 가지 격정은 다음과 같다.
(이후 계속)

최재숙에니어그램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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