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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대가 원치 않는 신념, 들어 올 수 없습니다"

기사승인 2016.04.01  13: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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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신대 '동성애 에이즈 예방 콘서트'...성소수자 및 개신교인들과 주최 측 갈등 빚어

총신대학교(총장 김영우 목사) 동아리 ‘카도쉬’에서 주최한 ‘제1회 총신대 동성애 에이즈 예방콘서트’를 둘러싸고 지난 3월 31일(목) 총신대 정문 앞에서 ‘동성애 에이즈 예방 콘서트’주최 측과 이에 반발하는 성소수자 및 신학교 내 혐오조장에 분노하는 개신교인들(이하, 성소수자 및 개신교인들)이 마찰을 빚었다.

‘동성애 에이즈 예방콘서트’로 인한 갈등은 ‘오프라인’에 앞서 ‘온라인’에서부터 시작됐다. ‘인권의 탈을 쓴 동성애, 그 가면을 벗겨라’는 제목으로 ‘카도쉬’가 온라인 상에 홍보 포스터를 게재하자, 이에 대항하는 이들도 포스터를 게재하며 참가를 예고 한 것.

예고대로, 콘서트 당일 오후 5시경, 콘서트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피켓을 들고 총신대를 찾은 성소수자 및 개신교인들은 학교 교문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경비원에 의해 입장을 저지당했다. 

경비원이 ‘피켓은 놓고 들어가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학교 및 콘서트 주최 측 관계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정장을 입고 ‘Staff’라고 적힌 목걸이를 착용한 남성들이 일렬로 막아섰다. 하교하던 학생들도 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약 20명 남짓하던 인원은 순식간에 60-70 명으로 불어났다. 

"합동총회와 총신대는 당신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입장을 저지하는 학교 및 주최 측 관계자들은 피켓을 들고 콘서트장 밖에 서있기만 하겠다는 이들에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행사에 방해가 된다”며 피켓에 쓰여 진 내용과 참가자들의 차림새를 문제 삼으며 콘서트 참가를 불허했다. 

이에 성소수자 및 개신교인들은 “당당한 콘서트면 반대 메시지를 왜 두려워하느냐”며 “콘서트장 안이 아니라 밖에서 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신교 측 참가자인 임보라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는 “난입이 아니고 서 있기만 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냐”며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라도 준비해 온 것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합동측과 총신대는 당신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에큐메니안
정장차림의 남성들이 도로를 막아선 가운데 임보라 목사가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그러나 학교 측의 입장도 단호했다. 대치 상황을 듣고 나온 총신대 행정처장은 “총신대 땅에서는 우리가 지켜야할 교육이념이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신념이 아닌 것을 들여보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함께 서있던 주최 측 목사 또한 (성소수자와 개신교 관계자들을 향해) “합동 총회뿐만이 아니라 총신 자체가 당신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피켓만 내려놓고 들어오라던 처음의 설득과는 달리 시간이 지연되면서 10명 남짓 되는 반대의견을 가진 참가자들의 입장 자체가 불허됐다. 

대치 상황이 지연되자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학생들은 특별한 차림새의 성소수자를 보며 “‘관종’이네”, “진짜 여자 같다”, “남자야, 여자야?” 등 삼삼오오 모여 수군 거렸다. 주최 측 보안 팀은 학생들에게 “꼬투리 잡힐만한 말은 되도록 삼가라”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에큐메니안

양 측의 대립이 팽팽해지자 결국 학교 측은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성소수자 및 개신교인들은 신변보호를 목적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중재에 의해 결국 교문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서 준비해 온 활동을 하는 것으로, 대치 상황은 1시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제1회 총신대 동성애 에이즈 예방콘서트’는 그렇게 예정된 시각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됐다. 200명가량 되는 학생들이 대강당에 모여들었다. 콘서트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채플 참석 1회로 인정되어 자료집과 함께 예배출석 확인표가 배부됐다.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사진, 동영상, 음성녹음은 금지됐다. 

"동성애자, 소수이기 때문에 인권 옹호 한다면 살인자 인권도 옹호 해야 할 것"

콘서트장 앞에서 진행중인 '한국교회 바로세우기 위한 100만인 서명' ⓒ에큐메니안

설교는 윤종훈 교목실장이 맡았다. 그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장과 함께 찾아온 교회의 자정능력 상실을 지적하며 “오랜 기독교 역사를 보면 말씀의 정체성을 놓칠 때마다 등장 한 것이 동성애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돔과 고모라를 불과 유황으로 ‘청소’하셨던 하나님을 언급하며 “이미 성경 말씀에 돌로 쳐 죽이라고 나와 있는데 왜 우리가 예배시간에 동성애에 대해 논해야 하느냐”며 동성애를 곧 ‘반드시 죽여야 할 죄’(레위기 20장), 동성애자를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자’(고린도전서 6장)로 규정했다. 설교를 듣는 학생들 중 몇몇은 이에 “아멘”으로 응답하기도 했다. 

또한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소수자이기 때문에 인권을 옹호해야 한다면 살인자의 인권도 보호해야할 것”이라며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의 설교는 “이 사실을 주위에 알려서 또 다른 소돔과 고모라가 편만하지 못하도록 막아야하는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로 마무리 됐다. 

한편, 콘서트가 열리는 종합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성소수자 및 개신교인들은 교문 밖에서 임보라 목사의 집례로 성찬을 나눴다. 임보라 목사는 “"소수의 인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대단한 위력을 행사할 것처럼 여기는 주최 측이 한심해 보였다"며 "준비해 온 것은 다 하지 못했지만, 총신대 정문 벽에 걸어둔 예수 부활 현수막 앞에서의 성찬을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피켓을 들고 총신대를 찾은 박 에디씨는 "혐오를 조장하는 콘서트를 주최한 주최 측과 총신대 측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어서 콘서트에 피켓을 들고 참여하게 됐다"며 "우리에게 '치료받아야 할 성소수자 분들이시네'하며 우리를 조롱했던 총신대생들이 만약 신학대생이라면 나중에 목사가 되어 무슨 소리를 할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콘서트가 열리는 종합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교문 밖에서 성찬식을 진행해야 했다 ⓒ에큐메니안

이번 콘서트를 주최한 총신대 동아리 ‘카도쉬’(히브리어로 ‘거룩’이라는 뜻)는 총신대의 정체성을 수호하고 개혁주의, 성경적 가치관을 수호하기 위해 창설된 동아리다. 정식 동아리 등록 이후 총신대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최대의 이슈인 동성애에 대해 함께 배우기 위해 이번 콘서트를 열게 됐다. 

전국학부모연합,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 나라사랑학부모회, 전국교육자협의회, 바른교육교사연합, 바른교육교수연합 외 240개 시민단체의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콘서트는 김광진 감독(영화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 김지연 약사(행복한성거룩한성), 백상현 기자(국민일보), 연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 개그맨 오지헌 씨(특별게스트)가 참여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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